5일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압수수색을 마친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압수한 자료를 차량에 싣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속보=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입건된 박인규 대구은행장과 부장급 간부 5명(본보 6일 자 5면)이 허위의 정산 서류로 ‘상품권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5일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 2본점(본점은 리모델링 중) 내 은행장실과 부속실, 박인규 행장과 부장급 간부 5명 등 6명의 주거지, 사무실 등 12곳에 수사관 5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여 허위 정산 서류 4상자 등을 확보했다. 

법인카드로 30억 여 원 어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판매소에서 평균 수수료 5% 정도를 떼고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 등으로 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품권 대신 다른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허위 정산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확인한 비자금 조성방법은 이렇다. 

박인규 행장과 부속실 소속 등 핵심 부장급 간부 5명은 고객마케팅부에 배당된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했다. 예산관리지침에는 접착형 메모지나 볼펜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1만 원 미만의 홍보물만 고객사은품으로 살 수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고객마케팅부는 이를 숨기기 위해 상품권 대신 메모지나 볼펜 등을 실제 구매한 것처럼 속인 허위의 영수증을 증빙서류로 첨부했다. 

박 행장 재임 시작 시점인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30억여 원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은폐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비자금 조성 사실을 뒷받침할 중요한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장호식 수사과장은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고,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 또는 개인 용도로 횡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박 행장 등 6명을 조만간 소환해 비자금 조성 목적과 사용처, 사용금액의 합리성 등을 따져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박 행장이 공식 업무추진비가 있음에도 대외활동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경조사비나 협찬금 등으로 사용했다면 개인용도로 횡령한 것으로 판단할 근거가 될 수도 있다”면서 “박 행장과 핵심간부 5명의 지시에 못 이겨 허위의 정산 서류를 만든 실무직원을 입건하는 부분은 거부하기 힘들었을 사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박 행장 이전에 행장을 지낸 인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드러나면 추가 수사할 계획이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