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문화는 교류하고 융합한다.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달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계승된다. 따라서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비즈니스도 문화를 알아야 보인다고 했다.

오는 11월 9일부터 25일간 동남아시아의 주요 거점국가인 베트남의 호찌민시에서 지구촌 문화향연이 펼쳐진다.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 이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세 번째 글로벌 여정이다. 지난번 행사가 실크로드의 육로를 갔다면 이번에는 바닷길을 가는 것이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지만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국제문화행사다. 한·베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남다른 의미도 있다. 공교롭게도 엑스포가 열리는 기간에 APEC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린다.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베트남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 생활양식에 깊게 뿌리를 내린 가족 중심의 유교문화도 비슷하고 설(뗏)과 추석(쭝투)을 쇠는 명절문화도 그렇다. 양국 간의 통상교류도 2015년 FTA가 발효된 이후 화장품, 가전제품, 의류 등을 중심으로 급진전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의 최대 투자국이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업은 4천600여 개, 호찌민에만 2천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 한 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은 150만 명에 달한다. 베트남에 사는 한국 교민은 약 14만 명, 국내에 사는 베트남인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5만 명에 이르는 한국-베트남 다문화 가정은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한 집안처럼 끈끈하게 결속하고 있다.

경북과의 인연도 오래되었다. 2005년 우리 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베트남 타이응우엔성은 통상, 농업, 문화 등 다방면에서 10여 년간 꾸준히 교류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경상북도의 일곱 번째 해외사무소인 ‘경상북도 호찌민 사무소’가 문을 열고 가동 중이다. 9월 중순에는 경북의 문화콘텐츠인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가 베트남 TV에 방영되어 현지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최근의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이미지는 매우 호의적이다. 이런 와중에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베트남 국민에게 품격 높은 한국문화의 정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K-POP 공연, 화산이씨의 시조가 된 베트남 리 왕조의 이용상 왕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800년의 약속’, 한·베 영화제, 신라역사문화관, 유교 문화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호찌민 거리를 수놓게 될 것이다.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 바이어들과 함께 하는 수출상담회, 베트남 국민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K-뷰티, 농식품관, 기업홍보관 등 우수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산업·통상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문화와 더불어 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개념의 멋진 행사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행사는 문화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양국의 교류 협력을 새롭게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세계에 선보이고 한국과 베트남, 나아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현지에 파견된 인력은 물론 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막바지 준비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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