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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10대 범죄, 관용만이 능사는 아니다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9월06일 18시27분  
10대 여중·고생의 잔혹한 또래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밤 부산에서는 중2 여학생들이 또래 여학생을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뒤 무릎을 꿇리고 사진까지 찍었다. 이들은 두 달 전에도 피해 학생을 집단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17일 새벽 강릉에서는 여고생 등 10대 6명이 또래 소녀를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 학생들이 경찰의 수사에도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피해 학생 언니가 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성인 못지않은 10대 청소년의 잔인한 범죄가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2012∼2016년 살인, 강도, 성범죄, 방화 등 이른바 4대 범죄로 검거된 10대 피의자가 1만5천849명에 달할 정도다.

부산 사건 피해 여중생의 처참한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끔찍한 범죄에도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며, 법률적 근거가 되는 ‘소년법’을 폐지 또는 개정하자는 여론이 거세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인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최고 15년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는 아예 처벌하지 않고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으로 대신하게 돼 있다.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게 입법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부산 사건처럼 죄질이 극히 나쁘고 고의성이 강한 소년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이 강하다. 일본에서는 1997년 남자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터지자 소년법을 개정해 미성년자 기준을 16세에서 14세로 낮췄다. 우리 국회에도 미성년자 강력범죄에 형량 완화를 적용하지 않는 특정강력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법률 개정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도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듯하니 관련법 개정 논의가 활기를 띨 것 같다. 다만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게 형사 책임주의 원칙에 맞지 않고, 강력한 처벌로도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다. 입법심의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소년법 등 개정 움직임과 별개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경우 경찰수사에서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1차 폭행사건을 소홀히 취급해 2차 폭행을 막지 못했고, 2차 폭행사건 수사에서도 뒤늦게 보복폭행이란 점을 밝혀냈다. 또 가해 학생 2명은 폭행과 절도 혐의로 소년범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상태인데도 경찰은 사건 초기에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성인으로 치면 집행유예와 같은 보호관찰처분이 법무부 소관이어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강릉 폭행사건에 관련된 10대 소녀들은 대부분 자퇴생이었다고 한다. 당국은 학교 밖으로 이탈한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선도하는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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