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부처님들이 영생하는 경주 남산의 성지 ‘삼릉계곡’
이곳에는 4개의 신라 왕릉이 있고, 7~8개의 불상이 근접해있어 마치 야외 불상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왕과 부처님들이 영생한다고 해서 이곳을 남산의 성지라 부르기도 한다.
왼편으로 조금 오르면 높고 길 다란 바위 면에 관음보살입상이 새겨져 있다. 약 1.5m 키의 애 띤 소녀처럼 갸름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듯 천진스럽다. 왼손에 정병을 들고, 보관에 화불이 새겨있어 관음보살이다. 조각된 바위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어, 관음보살이 천상으로 오르는 것처럼 성스럽게 보인다.
육존 불 바위 윗길로 50여m 오르니, 큰 암벽에 새겨진 ‘삼릉골 마애 여래좌상’이 서쪽 계곡을 내려다보고 앉아 있다. 몸체는 선각인데, 상호만은 엷은 돋음 새김을 했다. 어깨와 얼굴은 뚜렷한데 코가 너무 뭉실하게 크고 볼이 튀어나와 약간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불상 주위에는 흔들바위, 부부바위. 거북이 사랑 바위 등 특이한 모양의 바위 3개가 눈길을 끈다.
이 부처바위 밑으로 이어있는 등산길 따라 20여 미터 내려가면, 석조불이 결가부좌를 하고 의젓하게 앉아 있다. 보물 666호로 8여 년 전에 새로 보수된 ‘삼릉골 석불 좌상’이다.
일제 강점기 때 얼굴은 깨어져 콘크리트 몰탈로 발라져 있었고, 뒤 광배는 부서져 흩어 있었다. 국립경주 문화연구소가 복원작업에 착수해 1년 9개월 만에 지금의 모습으로 된 것이다. 높이 3m, 나발머리에 육계가 우뚝하고, 목에 삼도가 있으며, 편단우견에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이 불상 근처에는 원래 암자와 석탑이 있던 절터였다고 전해온다.
상선암을 지나 금오봉 능선으로 오르는 중에 좌측 벼랑 바위에 높이 10여m의 크고 육중한 ‘마애 석가여래 대불좌상’이 서남산 자락을 근엄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불상 안전관리 상 사람들의 근접이 허용되지 않아 안타깝다. 남산 최대의 불상이며, 이 계곡의 왕릉과 여러 불상의 안녕을 지키는 수호불처럼, 그 위용은 경주 남산을 압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