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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놀자’ 유감

이동욱 편집국장 donlee@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9월06일 19시53분  
우리민족이 변하지 않는 원형질을 갖고 있는 것들이 있다. 한옥이나 한복, 한식 같은 것이다. 하지만 수백,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DNA 속에 형성된 원형질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드러나듯이 당시 한복이 날렵한 소매를 가졌다면 조선 시대에는 넓은 소매형식을 보여 준다. 

한국 전쟁 이후 50년대부터는 한복에 ‘섹시코드’가 유행했다. 저고리 윗여밈 부분이 깊게 파여서 젖가슴 골이 드러날 정도였다. 신여성이 활보한 1960년대는 저고리를 일부러 좀 크게 입었다. 남녀가 안고 블루스와 같은 서양춤을 출 때 파트너가 등에 손을 넣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연세가 든 분들은 저고리를 약간 크게 입는 것을 아름답게 여긴다. 

1990년대부터는 실용주의 바람이 불면서 활동하기 불편한 한복의 단점을 보완한 생활한복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전통한복을 고집하는 이들에게는 꼴불견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한복이 갖고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개량한복’이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다.

특히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은 의식주가 서구화 되면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원형질도 서서히 변하는 듯하다. 서울의 광화문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한복은 ‘이것도 한복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지각색이다. 고관대작이 오가던 화강암 런웨이에는 옥색저고리, 꽃분홍 치마, 청 두루마기, 심지어 기생의 옷을 차려입은 친구와 가족, 커플, 외국인들이 걷고 있다. 연신 셀카봉을 향해 방긋 웃음을 날리며 포즈를 취한다. 

이런 현상은 전국에 알려진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경주의 황리단길에서도 ‘입고 놀자’며 온갖 자태의 한복을 떨쳐입은 청년들이 거리를 수놓고 있다. 한복을 착용하면 사적지나 고궁의 입장료가 무료인 데다 한복이 사적지나 고궁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다. 이처럼 잊혀지던 한복에 눈을 돌리게 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품격있는 우리 고유의 한복과 너무 달라서 유감스럽다.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한복을 입고 놀 수 있게 하는 가게도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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