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선 국민타자 이승엽의 눈매는 봄날 아지랑이처럼 부드럽다” 야구를 즐겨 보는 야구팬들의 이승엽에 대한 찬사다. 2006년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400홈런 달성 후 아들 은혁군을 안고 운동장에서 환하게 웃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눈매다. 일본 홈런왕 왕정치의 코치 아라카와는 “승부사는 눈매가 부드러워야 한다”면서 왕정치에게 부드러운 눈매가 습관화되도록 훈련 시켰다.

“타자의 매서운 눈초리에 움츠러든 투수는 팔 근육이 긴장돼 치기 좋은 공을 던져주지 않는다. 타자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투수를 안심시킨 뒤 자신만의 무기로 날아오는 공을 쳤을 때 홈런이 된다”는 지론이었다. 부드러움이 강인함을 이기는 이치는 야구에도 통했다.

이승엽의 스윙은 부드럽기가 그지없다. 빠르면서도 급해 보이지 않고 여유로우면서 부드러운 이승엽의 스윙은 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한 장인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1999년 한일슈퍼게임 때 이승엽을 본 왕정치는 “야구선수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흘러가는 물결처럼 자연스러운 스윙을 구사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힘을 앞세우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는 것을 2년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가볍게 타이밍을 맞추는 스윙이 답이다. 홈런은 그 과정에서 따라올 뿐이다” 홈런왕 이승엽의 평상심이 엿보이는 오도송이다.

이승엽은 투수가 던질 구질을 미리 예측해 타격하는 전형적인 ‘게스히터(Guess Hitter)’다. 그래서 “이승엽은 투수의 머리 꼭대기서 타격한다”는 말을 듣는다. 1997년 첫 홈런왕(32개)에 올라 100, 200홈런을 모두 국내 최연소 기록으로 장식한 이승엽은 2003년 만 26세에 세계 최연소 300홈런을 달성했다. 2006년 세계서 세 번째로 30살 이전 400홈런 주인공이 된 뒤 2012년 마침내 500홈런대 위업으로 한국야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막가파 정치에 씬물난 국민은 “요즘 승엽이 홈런치는 것 보는 재미로 산다” 했다. 한국야구의 신화 이승엽의 ‘은퇴투어’가 진행 중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이승엽 경기는 볼 수 없지만 “연습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그의 좌우명은 그라운드서 영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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