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려
이날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평소와 다른 교향악단의 무대배치가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대배치는 보통 오케스트라 피트(pit.오페라 공연시에 무대 앞부분바닥을 낮추어서 설치되는 전면부 교향악단 연주공간)를 내리고 본 무대 1m안부터 배치된다. 그런데 이날 공연에서는 피트를 올리고 피트 맨 앞부터 오케스트라를 배치했다. 관객 쪽으로 최대한 당긴 것이다.
현악기 연주자들로서는 악기의 중저음이 적게 들리기 때문에 매우 부담스러운 배치이고, 성악가들로서도 오케스트라 뒤에서 노래함으로써 더 큰 볼륨을 내야 하는 배치이므로 역시 부담스러운 배치였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대에 훨씬 다가가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배치였다.
1층의 한 관객은 “지휘자의 움직임이 더 잘 보여서 박진감 넘치고 생동적인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관악기의 배치도 특이했다. 보통은 목관이 앞, 금관이 뒤에 배치된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서는 목관이 왼쪽, 금관이 오른쪽으로 배치되고 가운데가 3m가 비었다. 그 빈 공간에서 성악가들이 연기와 노래한 것이다.
한 무대 스텝은 “오랫동안 무대제작을 해왔지만 이런 배치는 처음 본다. 지휘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공연 구성은 오페라 로엔그린, 카르멘, 라 발리, 타이스, 진주조개잡이, 안드레아 쉐니에 등 12편의 오페라에서 발췌한 17곡의 명곡들로 꾸며졌다.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은 국내에선 자주 연주되는 곡이 아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펼쳐본 관객들은 다소 낯설어했다.
그러나 화려하게 뿜어져 나오는 80인조 오케스트라소리에 관객들은 첫 곡부터 압도당했고 바로 이어지는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의 ‘카르멘’의 강열한 사운드는 관객을 흥분시켰다. 오페라 ‘라크메’의 꽃의 이중창과 ‘타이스’의 피날레, ‘호프만의 이야기’ 중 호프만의 뱃노래 등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감싸는 촉매 역할을 했다.
특히 ‘타이스’의 피날레에서는 악장이 저 유명한 ‘타이스의 명상곡’을 솔로로 들려주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오페라 ‘앙드레아 쉐니에’의 조국의 적,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오월의 어느 날처럼, 그대 곁에 있으니 네 곡으로 꾸며졌다.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주역가수 양준모와 소프라노 오미선, 테너 신동원의 최고 기량을 들을 수 있는 곡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기립박수를 보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안 서는 데 내가 서서 박수 치기는 창피하다”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개막공연에서는 진정으로 감동해서 기립박수를 하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로비에서의 관객 표정은 흥분으로 상기된 모습이었다. 출연자들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화답하는 성악가들과 사진 찍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