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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망망대해에서, 정말 하늘과 바다뿐인 그런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작은 조각배에 무서운 호랑이 한 마리와 같이 살아가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이 위험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파이’라는 젊은이는 인도에서 동물원을 경영하는 부모 밑에서 잘 살아왔으나, 그 동물원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부모님이 동물들을 큰 배에 싣고 캐나다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길 태평양 한가운데서 풍랑을 만나고 배는 침몰하고 결국 작은 조각배에 파이와 무서운 호랑이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소설 속의 얘기이죠.

그 작은 배 안에서 호랑이는 호시탐탐 파이의 목을 노립니다. 그러나 결국 파이가 호랑이를 길들이게 됩니다. 어떻게요? 파이는 조각배에 남겨져 있던 바늘로 낚시할 수 있었으니까요. 파이는 낚은 물고기를 적절히 이용하여 호랑이를 ‘길들이는’ 방법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길들인다는 것은 결국 ‘조건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그 유명한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의 실험에서 길들인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종소리에 아무 반응이 없던 개에게 음식을 주면서 종을 치면 나중에 종소리만으로도 침을 흘리게 조건화시킬 수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 왓슨이라는 학자는 11개월짜리 어린아이를 통한 실험을 해서 ‘인간의 정신 행동은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행동주의 이론을 힘주어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파이는 호랑이의 정신행동을 조건화시켰던 겁니다. 호랑이는 파이가 적절히 던져주는 물고기에 보상되어 파이를 헤칠 생각 없이 그 보상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리하여 돌고래도 훈련을 시키면 공중을 나는 제주를 보이고 사자도 길들이면 불 속으로 뛰어들고 비둘기도 훈련을 시키면 편지를 실어 나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 하는 것이 바로 행동 중의 학파들의 이론입니다.

이 행동주의 이론의 핵심은 ‘인간들의 정신행동은 학습에 의해서 조건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라는 것이고 가장 큰 장점은 실험으로 그것을 입증 해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론에 의하면 병적인 정신행동들도 다 조건화되어 그런 것이고, 그래서 역 조건화를 시키면 그런 정신행동들을 바꿀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 합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런 행동주의 학파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치료를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심한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작은 것부터 서서히 불결한 것을 만지게 해서 두려움을 덜하게 만들 수 있지만, 화장실 변기 같은 것을 맨손으로 만지게 해서 즉시 손을 씻지 않도록 일정 기간 참도록 해서 그 극한을 견디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어지간한 불결한 것은 생각이 덜 나겠지요. 만약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치료할 때 서서히 2층, 3층 4층으로 올라가면서 불안을 덜 느끼게 이완 요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아예 번지 점프를 시켜 버려 웬만한 높이는 시시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주로 공포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기타 소아들의 정신 행동 장애들은 이 방법들을 많이 씁니다. 특히 학교에서 학습을 증진시키거나 행동을 조절할 때 이런 방법이 주를 이루어 왔지요. 상과 벌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정신행동을 조절하고자 하는 방법입니다.

정리하자면, 인간의 정신행동은 학습에 의해서 조건화된 것이고 반대의 방법으로 역 조건화시키면 정신행동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행동주의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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