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 경주 지진 1년

▲ 지진으로 진앙지인 내남면의 한 농가 담장이 무너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시 내남면 주민들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다.

황금빛 가을들녘처럼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에서는 지진의 악몽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한동안 겪은 지진 트라우마에서 겨우 벗어나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데 또다시 지진을 언급하는데 대해 불편해 하는 모습들이다.

오는 12일로 9.12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된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지진에 안전한 나라로 다가가기 위한 ‘지진방재 종합대책’ 등 다양한 지진 대책을 수립했다.

경주시, 경북도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도 사라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면서 관광경기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9.12지진은 부상 23명과 110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한 나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니며, 지진에 의한 인명손실 및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줬다.

매년 1천만 명 이상 찾고 있는 천년고도 경주시민을 큰 고통에 빠트린 9.12지진을 되돌아 봤다.
이번 지진으로 경주지역 문화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창림사지 3층 석탑 모습.
△사상 최대 규모의 9.12 지진

지난해 추석명절을 앞둔 9월12일 오후 7시 44분께 경주시 남남서쪽 8.2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했다.

이 후 오후 8시 32분께 경주시 남남서쪽 8.7km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했다.

이어 소규모 여진이 지속되다 9월 19일 오후 8시 33분에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지금까지 600차례 이상 여진이 발생했다.

9.12 지진은 국내 계기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9.12 지진으로 총 6개 시도, 17개 시군구가 피해를 입었고 54세대 11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도 사유시설의 경우 경북, 부산, 울산과 기타지역에서 42억9천700만원, 공공시설은 경북지역에서 67억2천300만 원 등 총 110억 원이 발생했다.

경주시도 한옥과 문화재 피해가 발생했으며, 무엇보다도 대규모 지진 우려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관광 종사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9.12지진으로 사적지인 오릉 담장도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경주시가 집계한 직접피해 현황에 따르면 주택 전파 6건, 반파 27건, 소파 5천922건 등 사유시설 피해가 총 5천955건에 40억7천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공공시설도 문화재 59건에 48억 5천만 원을 비롯해 총 182건에 60억 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문화재 가운데는 보물 1744호인 불국사 대웅전 기와 3장이 떨어졌고, 불국사 서회랑 흙벽 일부가 파손됐다.

석굴암 진입로는 산사태로 수목이 붕괴되고 사적 172호 오릉 담장기와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국보 제31호인 첨성대도 북쪽으로 2cm 기울었으며 정자석의 이격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경주시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9월22일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경주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재난구호와 복구 등에 필요한 행정상, 재정상 지원을 받게 됐지만 국내외 관광객 급감이라는 또다른 아픔을 겪어야 했다.
지진으로 피해릉 입은 황남동 한옥을 수리하고 있다.
△9.12지진 피해 및 복구현황

9.12 지진은 문화재에 대한 지진방재대책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으며,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면서 활성단층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성능 강화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경주시 전체 한옥 중 10%에 해당하는 1천200동의 한옥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한옥에 대해 구조보강, 기와보수, 벽체보수, 내부수리, 외관수리, 기타 등으로 나눠 긴급수리를 실시했다.

문화재도 피해가 잇따라 벽체와 지붕의 기와 탈락, 담장 균열 등 경미한 것은 물론 예산이 수반되는 중장기 조치가 필요한 피해도 발생했다.

문화재청은 지진으로 발생한 피해복구를 위해 전문가 자문, 설계심의, 문화재위원회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원원사지 석탑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화재 복구를 완료했다.

피해복구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공포와 스트레스, 불안감 해소를 위한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상담을 꺼리는 주민들을 위해 마을 단위로 가가호호 직접 방문하거나 경로당, 마을회관 등 친숙한 공간에서 노년층 및 부녀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활동도 전개했다.무엇보다도 지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사라진 관광객들로 타격을 입은 관광경기 회복을 위해 관련기관단체가 총력을 기울였다.

지진발생 이후 침체된 관광분위기 회복을 위해 경북관광공사, 관광협회 등에서 공동호소문을 발표했으며, 중앙정부와 경제단체, 그리고 15개 시도 교육청을 방문해 관광객 유치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지진 직후 경주의 모든 관광지가 썰렁하던 모습에서 점차 회복되면서 보문관광단지의 경우 올 상반기에 총 370여만 명이 찾아와 지진 전 380만 명에 거의 육박했다.

특히 경북관광공사는 지진 발생후 경주관광 활성화와 피해완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했다.

먼저 수도권 수학여행객 유치를 위해 서울 인사동과 경기도 수원 등지에서 거리홍보를 개최했으며, 보문호반 달빛 및 별빛걷기 행사를 열어 침체된 관광분위기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또한 ‘안전경주+숨은관광지’를 연결한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로 관광객 유치를 도모하는 등 경주관광 회복을 위한 주도적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관용 도지사가 9.12지진의 진앙지인 내남면을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지진안전 종합대책 수립

경주지역에서는 지진 발생 1년을 맞아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7~8일에는 국내외 지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 세미나가 열리고, 11~15일을 ‘지진 안전주간’으로 정해 지진발생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지진대피훈련을 실시한다.

이에 앞서 경주시는 지난 1년 동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시설물에 대해 대부분 복구를 완료했다.

또한 관광객 감소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숙박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각종 국내외 행사를 유치하는 등 여러 방안으로 경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9.12지진을 계기로 지진발생 시 지진으로부터 시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지진발생 시 권역별 최단거리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학교 운동장, 공원 등 지진 대피소 132개소를 지정하고 , 대피소별 공무원을 배치토록 책임 담당부서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지진발생 시 신속 정확한 정보제공 및 신속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지진관측소를 경주지역에 4개소를 설치키로 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추진중에 있다.

동해안 지진해일 발생 시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해 대피토록 지진해일 예경보시설에 대한 추가설치도 진행하고 있다.
9.12지진 발생 후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지진대피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9.12지진 발생 후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지진방재대책도 지역민에게 홍보를 강화해 지진에 안전한 도시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는 경주지진 발생 시 주로 저층 피해가 컸던 점을 고려해 내진 설계 의무대상 건축물을 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늘렸다.

또한 올 12월까지 적용 대상을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으로 확대했다.

공공시설물의 내진 보강을 위한 투자규모도 전년도 대비 3.7배 늘렸다.

공동 지진단층 조사단을 구성해 2041년까지 1천175억 원을 들여 전국에 450여 개로 추정되는 활성단층에 대한 전수조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1단계로 2021년까지 493억 원을 투자해 동남권 지역의 단층조사를 실시 할 계획이다.

지진 발생 시 정부기관의 체계적인 역할과 조치사항을 담은 ‘지진재난 표준 및 실무매뉴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개정했고, 다양한 형태의 국민 행동요령 책자도 배포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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