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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전 검찰총장

人生命若水泡空 (인생명약수포공 ·사람 목숨 물거품처럼 빈 것이어서)
八十餘年春夢中 (팔십여년춘몽중·팔십여 년 세월이 한바탕 꿈이었네)
臨終如今放皮? (임종여금방피대 ·지금 이 가죽 부대 내던지노니)
一輪紅日下西峰 (일륜홍일하서봉·한 바퀴 붉은 해가 서산을 넘네)



태고 보우 스님은 13세에 출가하여 고행 정진하던 중 송도 전단원(?檀園)에서 크게 깨우쳤다. 그 뒤 중국에 가서 석옥 청공 선사의 법을 잇고 우리나라 임제종의 초조(初祖)가 되었다. 공민왕의 왕사, 국사로 있으면서 선풍을 크게 진작했으며, 그 가르침은 현 대한불교 조계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고려 말 불교계를 대표하는 수행력이 뛰어난 승려임에는 틀림없지만 당시 불교 교단의 타락상과 그런 불교계를 대표하던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수행의 정도는 제쳐 둔 채 주로 정치적 입장과 행적을 문제삼아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도 있다.

이를 위하여 스님의 말씀을 소개한다. 삼각산 중흥선사에 다시 주지로 취임했을 때의 법문이다. 눈 밝은 이들은 넉넉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날에 이 문을 나가지도 않았고, 오늘 이 문에 들어서지도 않았으며, 그사이에 머문 곳도 없다. 대중들이여, 어디서 이 태고 늙은이가 노니는 곳을 보겠는가(昔日不出此門(석일불출차문) 今日不入此門(금일불입차문) 中間亦無住處(중간역무주처) 大衆(대중) 向什?處(향십마처) 見太古老僧遊戱處(견태고노승유희처). 북쪽 산마루의 아름다운 꽃은 붉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고, 앞개울의 흐르는 물은 쪽빛같이 푸르다(北嶺閑花紅似錦(북영한화홍사금) 前溪流水綠如藍(전계유수녹여람). 알겠는가!”

스님은 자신의 육신을 벗어던지면서 임종게를 읊고 있다. 임종게는 그것을 남겨야만 수행을 제대로 했다고 인정받을 정도로 흔하지만, 그럼에도 이 시는 상당히 담백하다. 80여 년 동안 진토(塵土)에 머물렀어도 먼지 한 조각 남기지 않고 모두 싸가지고 떠나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아 그의 수행력의 깊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맑게 들리는 솔바람 소리 과객을 머물게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그림 자 길손을 보내는구나 (淸聽松聲留過客(청청송성유과객) 風隨華影送行人(풍수화영송행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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