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라 한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환구시보는 인민일보의 자매지가 아니다. 환구시보는 1993년 1월 창간됐다. 당시 인민일보 기자들의 처우가 상당히 열악해서 상업지 하나를 따로 만들기로 하면서 탄생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인민일보 특파원들이 그들의 처우를 개선키 위해 기사를 쓰고, 그 이윤을 국제부 기자들의 처우 개선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매체다. 이처럼 환구시보는 관영이라기보다 상업지다.

환구시보는 중국 내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구독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논조에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완료하자 환구시보가 7일 자 ‘사드 배치하는 한국, 두 가지 질문에 답하라’라는 사설에서 “한국 보수파는 늘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한국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비는 기도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라”, “사드가 북핵과 같이 지역 안정을 해치는 ‘악성종양’이 될 것”, “사드 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강대국 간 다툼에 개구리밥이 될 것이다”는 등 수준 이하의 격한 표현으로 한국을 비난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환구시보에 한국의 음식과 종교문화를 비하한 데 대해 공식 서한을 보내 항의했지만 논란이 된 표현은 그대로 둔 채 사설 제목만 ‘사드 배치 완료한 한국은 절대 더 안전할 수 없다’로 수정해 올렸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기에 이른 데는 바보 같은 중국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느슨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김치를 먹어서 멍청해진다는 논리대로 ‘중국 정치인들은 마오타이를 마셔서 바보가 됐는가’라고 되묻고 싶다.

김치는 한국 보수주의자들만 먹는 것이 아니다. 진보 좌파들도 먹고, 성주에서 사드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즐겨 먹는다. 환구시보가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일깨워준 것은 ‘강대국 간 다툼에 개구리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핵을 가져야 한다는 ‘총명함’이다. 자유한국당은 ‘핵무장은 국민 명령’이라 외친다. 갤럽 여론조사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에 이른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서도 찬성 응답이 52%나 됐다. 이 같은 결과는 환구시보의 얼치기 사설 영향이 크다. 중국은 바보가 아니라면 턱밑에 핵무기 밭을 두기보다 북한이 핵 포기를 하도록 제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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