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수사팀, 4년만에 살인사건 해결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등이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에 묻힌 50대 남성의 시신을 발굴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김씨의 행방이 수년째 묘연합니다.”

대구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수사팀은 지난 5월 뜬소문 같은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았다. 단순 실종사건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사라진 남성과 주변인을 조사한 결과 범죄 때문에 숨진 것으로 보고 즉시 수사로 전환했다. 살아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생활반응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당시 52세) 아내 이모(56)씨부터 의심했다. 남편이 죽거나 실종됐다면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리인 신분을 이용해 남편의 땅 991㎡(약 300평)를 자신 소유로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기윤 미제사건수사팀장은 “4년이나 범행을 숨겼다면 분명히 공범이 있을 것으로 봤다. 시신을 유기하는데 여성 혼자서는 어려워서 공범이 있다는 확신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가 내연남 박모(55)씨에게 2천500만 원을 건넨 사실과 이후 6개월여간 박씨가 사라진 김씨의 계좌에 매달 돈을 송금해 각종 공과금이 자동이체 되도록 한 정황도 잡아냈다. 김씨가 사라졌다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게 4개월여간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수집했고, 이씨와 박씨가 집에서 김씨를 살해한 뒤 땅에 시신을 묻은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실제로 주거지 압수수색 중 범행 일부를 시인받아 긴급체포했고,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 김씨 소유의 땅에서 1m의 흙을 파내 백골이 된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남편 김씨와 10여 년 동거하다가 2013년 4월 혼인신고를 했으며, 경제 문제 등으로 남편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 와중에 인터넷 채팅을 통해 박씨와 내연관계를 맺었다. 남편만 사라지면 박씨와 함께 재산을 처분해 경제적 이익도 누릴 것으로 생각했고, 박씨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그렇게 범행은 시작됐다.

2013년 11월 8일 밤 9시께 있씨는 대구 수성구 황금동 자신의 집에서 남편 김씨가 저녁을 먹을 때 밥에 수면제를 섞어 의식을 잃게 했고, 대기 중이던 박씨가 집으로 들어가 김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다음날 새벽 시신을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로 옮겨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파묻었다. 이들은 2개월 동안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후 이씨는 박씨와 사이가 나빠져 헤어지기도 했다.

최준영 강력계장은 “작은 풍문을 흘려듣지 않고 수사를 벌인 결과”라면서 “이미 범행 4년이 지나 대부분 증거자료가 소실돼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끈질긴 수사로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사건을 해결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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