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단원지도·행정지원 삼박자로 ‘천상의 하모니’ 연출

▲ 2017대마도 문화예술 교류 공연을 위해 대마도를 찾은 대구맑은소리하모니카 연주단이 공연 둘째날인 12일 휴식과 함께 덕혜옹주결혼봉축기념비를 찾아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다시한번 배웠다.
2017 대마도 문화예술 교류 공연을 위해 대마도를 찾은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은 둘째날 휴식과 함께 대마도에 있는 우리 역사를 공부했다.

지난 11일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뒤 연주단은 12일 덕혜옹주결혼봉축기념비와 최익현 순국비를 찾았다.

단원들은 아픈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한 뒤 13일 마지막날 공연을 위해 연습에 들어갔다.

단원들 만큼이나 이번 공연을 위해 함께 노력한 사람들을 만났다.

▲ 2017대마도 문화예술 교류 공연을 위해 대마도를 찾은 대구맑은소리하모니카 연주단이 공연을 펼쳤다.
연주단 공연과 함께 공연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정혜윤 씨가 비올라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 재능기부로 풍성한 공연을 위해 달려온 비올라 연주자 정혜윤

비올라연주를 들려준 정혜윤 씨(29·여)는 이번 공연의 숨은 주역 중 한명이다.

연주단은 쉬지 않고 연주를 이어가면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중간에 휴식이 필요한데 공연을 무작정 끊는 것은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행히 정 씨와 장지훈 강사가 그 중간에 쉼표를 채워줘 수준 높은 공연을 완성했다.

정 씨는 이번 공연으로 연주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평소에도 자비의 빛 등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재능기부를 펼쳐왔다.

이번 공연도 흔쾌히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나섰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좋아하고 알아듣자 정 씨의 부모들은 일찍 정 씨에게 악기를 가르쳤다.

다만 손이 좀 작아 음정을 짚기 쉽지 않아 중학교 2학년 때 비올라로 바꿨다.

정 씨는 다소 소심한 자신의 성격을 봉사를 통해 극복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서도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비록 함께 연습한 시간은 없었지만 장지훈 강사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정혜윤 씨는 “연주단의 연주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재능기부를 통해 필요한 곳 어디서든 연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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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훈 강사는 연주단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운 숨은 일군으로 꼽힌다.
▲ 피아노 연주와 단원들을 가르치며 함께 호흡하고 있는 장지훈 강사

연주단 피아노를 맞고 있는 장지훈 강사(26)도 아무 대가 없이 단원들을 가르치며 함께 호흡하고 있다.

김영 연주단 예술감독의 권유로 지난 2016년 1월부터 연주단에 합류했다. 장 강사는 예술단의 취지에 공감한 뒤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

처음 단원들을 만났을 때 ‘장애인이라 불편하겠구나’라는 일반적인 시선이 자신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편견이 깨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습을 하면서 자신과 단원들의 다른 점이 하나도 없음을 느끼게 됐다. 오히려 단원들과 함께 하며 마음이 따듯해지는 감정이 들었다.

장 강사가 전하는 따뜻한 마음은 자신에게 믿음을 줬던 은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7살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뒤 여러 좋은 학교 음악 교사들을 만나 지금까지 성장했다.

중학교 은사인 이재숙 교사의 이름을 장 강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교사는 장 강사가 여러 대회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줬으며 대회에 출전하면 함께 가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 교사는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원했지만 학업에 충실하길 원한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인문계고로 진학했다.

인문계고에 들어가서도 학교 음악 교사의 배려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홀로 음악실에서 연습에 전념할 수 있었다.

대학을 피아노 학과에 진학하고 지금까지 피아노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교사들의 배려 때문이었다. 자신이 받았던 관심과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올해 기업에 입사한 장 강사는 지금 일과 연주단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연주단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장지훈 강사는 “몸이 힘들 때 단원들을 만나면 오히려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단원들과 함께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주단의 성장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구시교육청 이윤옥 과장과 정윤향 장학관(왼쪽).

▲ 연주단의 성장을 옆에서 보며 함께 눈물 흘리고 웃은 이윤옥 과장과 정윤향 장학관

대구시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이윤옥 과장과 정윤향 장학관은 연주단의 성장을 옆에서 직접 지켜본 사람들이다.

정 장학관은 2006년 보성학교에 부임, 연주단 팀장인 표형민 씨(29)와 처음 만난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부임 당시 표 씨가 혹시나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만큼 표정이나 행동 등 표 씨의 모든 것이 좋지 않았다.

이후 함께 근무하던 노봉남 교사가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를 가르치면서 상황이 변화됐다.

이들은 학생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자신감과 자존감이 쌓이는 것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노봉남 교사가 방과후 아이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공을 돌렸다.

이러한 작은 시작이 지금 큰 결실로 이어질지 자신들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첫 시작은 학교를 찾은 일반 학교 교사와 학생들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 것이었다.

이들은 연주에 감동을 받은 사람이 늘어난 만큼 학생들의 자신감도 늘어갔다고 회상했다.

학교 밖에서 처음으로 연주 한 날 학생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여러 공연 이어지면서 무료했던 생활에 변화가 오고 더 많은 무대에 오르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이 이어졌다.

정윤향 장학관은 “연주단은 학생들의 인생을 바꾼 계기”라며 “연주단은 작은 노력이 얼마나 큰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시 교육청도 정식 예산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연주단을 지원하고 나섰다.

연주단의 성공으로 대구시 교육청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장애 학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많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으며 예산은 물론 학생들의 열정도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장과 정 장학관은 학생들의 진로 이야기가 나오자 고민이 깊어졌다.

일반인들 같으면 시향 등 자신의 꿈을 실현하면서 취업할 수 있지만 장애 학생들은 꿈조차 꾸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윤옥 과장은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독립할 시기가 돌아올 것인데 이후가 쉽지 않다”며 “학생들의 꿈을 찾은 만큼 그 꿈을 실현하면서 살수 있도록 교육청은 물론 모든 부문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2017대마도 문화예술 교류 공연을 위해 대마도를 찾은 대구맑은소리하모니카 연주단이 12일 최익현 선생 순국비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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