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결가부좌를 튼 채 먼 곳을 보지 않는다
나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제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메마르고 긴 몸, 고즈넉이 무심한 침묵
나무는 햇살 속을 흐른다 바람은 나무를 관통한다

나무는 나무이다가 계절이다가 고독이다가 우주이다가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나무이기에 나무이다

제 머리숲을 화들짝 열어 허공에 새를 쏘아 댄들
나무는 거기 그만한 물색의 한 그루 나무로 서 있다




감상) 비 오는 강가에 앉아 떠오를 리 없는 해를 기다리는 일이나 다시 강가로 가 물들 리 없는 서녘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그토록 애타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나의 몸부림은 결국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나를 나로 서 있게 하기 위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큰 소리로 웃기도 하는 나의 노력.(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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