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진 대구시장
지난 2000년, 삼성상용차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대기업이 없는 도시’였던 대구는 대기업 유치가 숙원이었다. 6년 전, ‘현대 커민스’라는 건설·선박용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대기업 계열사를 유치하기도 했지만, 건설장비 시장의 불황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아픈 경험이 있다. 산업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없는 산업의 경우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기업도 몰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한진해운 사태로 대표되는 해운·조선산업의 불황으로 울산과 경남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듯이, 지자체에서 단순히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지속성장 가능한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럼 미래 산업 트렌드와 지속성장의 가능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기된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선 6기 출범 이후, 대구시가 뚝심과 열정으로 추진했던 미래형 자동차·물·의료·에너지·로봇 등의 산업들이 바로 4차 산업에 해당한다.

최근 우리 대구에 이들 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 2개가 자리를 잡았다. 지난 8월 31일에 테크노폴리스 내 본사에서 출범식을 가진 현대로보틱스와 9월 11일에 국가 물 산업클러스터에서 멤브레인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진 롯데케미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1위, 세계 7위의 산업용 로봇 대기업으로서 국내 30대 대기업이자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 등을 이끄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이다. 시가총액 6조 7천억 원에 달하는 현대로보틱스 본사의 대구 이전으로 대구는 기존 지역 1위 기업인 대구은행(시총 1조 7천억 원)의 4배 규모인 대기업을 품게 됐다. 이를 통해 연 매출 5천억 원(2021년 목표치), 근로소득 175억 원 등의 직접적 효과뿐만 아니라, 동명전기·세신공업 등 5개의 협력사 유치까지 이어져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현대 로보틱스의 스마트공장은 사물인터넷(IoT)을 융합하여 제조설비 간의 실시간 데이터 교환과 축적이 가능한 미래형 공장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선도도시’ 대구의 위상을 공고화할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시가총액이 13조 9천억 원, 연매출액이 8조 3천억 원에 육박해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매출액 기준 1위의 대기업이다. 이런 롯데케미칼이 대구에 500억 원을 투자해 하루 22만 톤의 하수·폐수를 처리하는 멤브레인 생산공장을 신축한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연 매출 3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추가투자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 대구는 대기업이 없던 도시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대기업을 가진 도시가 됐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대구시민들이 저를 시장으로 뽑아주신 것은 대구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로 만들라는 기대와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건물을 짓거나 선거를 의식해 당장 달콤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시대의 소명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목숨 걸고 대구를 살리겠다’는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드러나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하는 미래산업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지혜와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제 현대로보틱스와 롯데케미칼의 성공이 입소문을 타고 국내 대기업은 물론 테슬라, GE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의 선도 도시 대구’로 몰려들 것이다. 이들 기업은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의 ‘꿈의 직장’이 될 것이며, 전국 각지에서 이곳에 취직하기 위해 대구로 몰려들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선도 도시 대구’로의 담대한 변화의 여정은 비록 어렵고 힘들지라도 반드시 시민 행복으로 귀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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