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랄리벨라, 에티오피아. 2014 ⓒ강운구.
‘한국적인,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사진이라는 네모난 틀에 작업을 해 온 강운구 사진작가가 16일부터 오는 12월 25일까지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네모 그림자’사진 전시회를 갖는다

‘흑백판 경주 남산’사진 전시회 등으로 통해 한국적인 정서를 앵글에 담아온 강운구 작가의 ‘네모 그림자’ 전시는 2008년엔 한 ‘저녁에’ 이후 거의 10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는 것이다.

‘네모 그림자’의 책은 146점이 수록돼 있으며 전시장에는 120점이 걸려 있다. 그 중에는 거의 2년간이나 집요하게 찍은 12장으로 돼 있는 작품도 있다.

흑백과 컬러로 강운구는 관람객들에게 지적이며 시적인 말을 걸고 있다.

“지금껏 나는 나에게 엄격했다. 이윽고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마침내 나는 나를 믿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좀은 나에게 너그러워졌다. 그러자 장대하게 펼쳐진 지평선이 문득문득 어른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어슴푸레한 푸른빛에 사위어갔다. 올라온 것도 없는데 내려간다. 바위 같던 나의 확신은 설핏한 햇살이 비춘 그림자처럼 아련해진다. ‘이런들 어떠리오 저런들 어떠리오’로 되는 것이 잘 늙는 걸까? 누구나 다 그래야만 될까? 그 ‘이런들…저런들’에는 허무의 냄새가 자욱하다. 나는 그런 늪을 멀리 돌아서, 정신 가다듬고 다시 신발 끈 조여 매고 싶다. 내려가며 올라가는 길도 있을 터이다. 내려가면서도 여전히 주워담는다. 그게 ‘노년의 과오’(G.A.Rossini)가 될지라도.”

포르부, 스페인, 2013 ⓒ강운구
강운구는 한 몇 해 전부터는 이 땅의 사진가로서 의무 복무가 끝났다고 여겼다. 그러고 나니 사진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그 이후의 작품들은 여진인 셈이다. 오랜 기간 경험하며 축적해온 생각들이 후기의 사진 작품들에는 스며있다. 그러니 후기의 작품들 또한 주목할 만하다.

1962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의 여러 전시회에 참여했다. 외국 사진 이론 잣대를 걷어내고 우리의 시각언어로 포토저널리즘과 작가주의적 영상을 개척한 사진가이다. 강운구는 스스로를 ‘내수(內需) 전용 사진가’라고 말한다. 그가 천착하는 내용은 과연 그러하며, 여기에는 ‘국제적’, ‘세계적’이란 명분으로 정체성 없는 사진들이 범람하는 현상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담겨 있을 터이다.

‘우연 또는 필연’(1994, 학고재), ‘모든 앙금’(1998, 학고재), ‘마을 삼부작’(2001, 금호미술관), ‘저녁에’(2008, 한미사진미술관), ‘오래된 풍경’(2011, 고은사진미술관), 《흑백판 경주 남산》(2016, 류가헌) 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다. 사진집으로 『내설악 너와집』(광장, 1978), 경주 남산산’(열화당, 1987), ‘우연 또는 필연’(열화당, 1994), ‘모든 앙금’(학고재, 1997), ‘마을 삼부작’(열화당, 2001), ‘강운구’(열화당, 2004), ‘저녁에’(열화당, 2008), ‘오래된 풍경’(열화당, 2011), ‘흑백경주 남산남산’(열화당, 2016) 등이 있다.

그리고 사진에 관한 생각을 적은 ‘강운구 사진론’(열화당, 2010)이 있으며, 사진과 함께한 산문집으로 ‘시간의 빛’(문학동네, 2004), ‘자연기행’(까치글방, 2008)이 있고, 공저로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까치글방, 1999), ‘능으로 가는 길’(창비, 2000), ‘한국 악기’(열화당, 2001) 등이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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