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아니라 반드시 현물로 지원…모니터링 전제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 아베 신조 일본총리 사진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연합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대해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제기한데 대해,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유엔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구(UNICEF)가 북한의 영유아와 임산부에 대한 사업 지원을 요청해 와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영유아와 임산부를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뤄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이 사안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현재의 남북관계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제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시기 등 관련사항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젠가 그런 인도적 지원을 하게 되더라도 현금이 아니라 반드시 현물이어야 하고, 그것이 영유아나 임산부 등 필요한 사람들에게 틀림없이 전달돼야 하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제대로 될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문제 제기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는 시기에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 대북 제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고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성에 완전하게 공감한다”며 “다만, 북한의 위협에 과도하게 대응함으로써 긴장이 격화돼 자칫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도록 협력하자”고 말했다.

또 “북한이 지난 8월 29일에 이어 오늘 또다시 일본 상공을 넘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함으로써 일본 국민이 느낄 위협과 우려에 공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우리 모두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긴밀히 공조하면서 북한의 정책을 바꾸고 한·일 양 국민의 안전도 지키는데 협력해 나가자”고 답했다.

이날 통화에서 양 정상은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를 채택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확고하고 단합된 의지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강하게 규탄했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해 북한에 대해 최고 강도의 제재와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다음 주 개최되는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단호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을 위한 한·일 양국의 공조를 평가하고, 유엔 총회 등을 활용해 각급 수준에서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통화는 오후 5시 37분부터 오후 6시 11분까지 이어졌으며, 지난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이후 8일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베 총리와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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