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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벌초에 신경이 쓰인다

김종한 수필가 등록일 2017년09월18일 15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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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푹푹 찌는 한더위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이맘때면 오곡백과가 풍성한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 한가위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연휴는 조류인플루엔자에 이어 계란 파동으로 얼어붙은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역대 사상 유례없는 최장 10일간 황금연휴로 푸근하고 느긋하게 보낼 수 있어 좋다.

한 달도 안 남은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집집이 벌초에 신경이 쓰인다. 공동묘지나 납골당에 모신 경우는 소정의 할당 경비만 내면 공동벌초로 큰 부담을 덜지만, 개인 산소는 물론, 특히 고요한 깊은 산중에 모신 산소 벌초는 정말 힘이 든다.

그렇다고 묘지 대행 벌초 업소에 돈 주고 맡기려니 벌초도 덤으로 하는 효도인데 후손의 도리가 아니고 또 믿을 수 없다. 울며 겨자 먹는다고 집안에 그래도 산에 오를 힘이 있고 예초기를 다룰 줄 알며 낫질도 하는 후손들의 몫이다.

벌초해 보면 힘이 든다. 벌 때 조심하고, 뱀이나 해충도 살펴야 하며 특히 풀밭에 들어가 최근 자주 발생하는 진드기 감염병과 들쥐의 배설물에 의해 옮기는 쯔쯔가무시병은 목숨까지 잃기에 무섭다. 안 쏘이고, 안 물리고, 안 걸리도록 만반에 준비와 대비로 덤으로 효도하고 덤으로 걱정 끼치는 불효 안 되게 하자.

간절히 기도하면 청을 들어준다고 대구 도심 한가운데 100년이 된 유명한 성모당이 있다. 온종일 형제, 자매님이 기도 하러 오간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에 완공되어 2018년 내년이면 딱 100년의 오래된 성지이며 대구시의 문화제다.

성모당 동편으로 내려가면 옛 효성여고 운동장 터 옆에 성직자 묘역이 있다. 78분 모신 성직자 묘역인데 사시사철 잔디가 가지런하고 조경도 잘되어있어 보는 사람마다 묘지가 이 정도로 관리되면 천국이라고들 한다. 가물 때는 물주고 풀 뽑고 다듬고 관리하는 분의 수고하는 덕이지만 부럽다. 정말 명당이다. 묘지 입구 기둥에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문구가 가슴이 찡하다.

나도 젊고 산소가 있는 고향에 있을 때는 어설프지만 그래도 벌초를 거들었다. 고향을 떠나고 나이가 드니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둘러대며 이맘때면 벌초비만 계좌 송금하고 집안 동생한테 부탁하는 신세가 된 지도 여러 해 된다. 가서 뵙고 거들어야 하는 마음만 뻔하고 막상 나서려니 엄두가 안 나서 스톱하고 했다.

조상님 볼 면목 없고 동생에게 짐이 되지마는 마음만은 같이 벌초한다며 천주교 신자로 성모당에 가서 기도 하는 것으로 보속 한다며 앞뒤가 맞지 않지만,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니 심신은 다소 위로가 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초하는 모든 형제자매님 아무런 사고 없이 깔끔하게 덤으로 하는 효도 벌초 수고하길 기원하면서 올해에도 모두 정겨운 한가위 명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맞으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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