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사(山寺)에서 화가에게 용과 호랑이 그림을 부탁했다. 화가는 용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형상과 호랑이가 산봉우리에 앉아 높이 뛰려고 하는 그림을 그렸다. 용과 호랑이가 살아 있는 듯한 잘 그린 그림이었다. 화가는 두 그림을 한 폭 그림으로 조합했다. 그런데 조합된 그림은 용호쟁투의 기세가 보이지 않아 생동감이 없었다. 화가는 산사의 큰스님을 찾아가 “자기가 그린 그림이 생기가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물었다. 

“용과 호랑이의 습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용은 구부러질수록 더 높이 날 수 있고, 호랑이는 몸을 웅크릴수록 더 멀리 도약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대답에 화가가 말했다. “용과 호랑이를 뒤로 물러야 되겠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의 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찬 전진을 하려면 일단 물러나 충분한 준비를 한 뒤 나아가야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겸손한 반성을 거쳐야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이것은 마치 자벌레가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움츠리는 이치와 같습니다”

역경(易經)에도 ‘자벌레가 몸을 구부리는 것은 다시 펴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실려 있다. 자벌레가 나무 위로 올라가려면 일단 몸을 구부렸다가 다시 펴야 올라갈 수 있다. 권투선수가 강펀치를 날리기 위해 주먹을 거뒀다가 다시 뻗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비로 변신하려면 일단 번데기가 돼야 한다” ‘인생의 흐름을 바꾼다’를 쓴 후지하라 가즈히로의 말이다. 유충이 나비로 펄펄 나려면 번데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패배로 번데기처럼 밑바닥에 떨어진 안철수의 존재감이 김이수의 낙마에 의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높은 지지율에 편승, 기세등등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야당이 다수인 국회와의 대결에서 안철수의 강펀치 한방이 결정타 역할을 함으로써 안철수 존재감을 과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을 만들 때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말이 회자했다. 철수만 하던 안철수가 ‘강철수’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정치판에서 “당 대표로 돌아온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말이 무성하다. 안철수의 활로는 ‘선명야당 강펀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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