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통합이 아닌 흡수'·경북은 '말도 안되는 소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 공방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TK(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대구는 ‘통합이 아닌 흡수’, 경북은 ‘말도 안되는 소리’ 등으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통합을 노리는 자유한국당은 지난 13일 혁신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자진 탈당을 권유하며 ‘친박 청산 카드’를 꺼내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물꼬’를 열었다.

이에 바른정당 역시 자강파와 통합파가 공방을 벌이다 결국 오는 11월 30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양 당 모두 궤멸 직전에 있는 보수 야권을 되살리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통합이 안되더라도 선거연대라도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개별적(선별적) 흡수’를 주장하는 반면, 바른정당은 ‘조건에 맞는 합당’을 원하고 있어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보수통합을 두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적지 않은 괴리감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일부 의원들 간 합당·통합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보수의 성지 TK 지역에서도 찬반논란이 뜨겁다.

통합에 찬성하는 측은 ‘친박과의 단절’을 통해 보수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인식을 심는 것은 물론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이끌어 낼 수 있어 정부 여당과의 대등한 싸움이 가능해 진다는 판단이다.

이는 현재 4강 구도 속에서 강력한 보수 야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당장은 친박청산으로 의석수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20석의 바른정당 의원들을 선별적으로 흡수하면 바른당은 자연적으로 와해 돼 한국당이 보수를 대변하는 유일한 당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에 반대하는 측은 자칫 사라질뻔한 한국당의 존립 자체를 유지 시킨 곳이 TK 지역이며 이곳은 아직도 친박 색채가 뚜렷한데 배신자 이미지가 강한 인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친박 인사들을 청산한다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우택 원내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국회)가 약한 홍준표 대표가 사당화와 내년 지방선거 개입을 위해 혁신위를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대구에 비해 친박성향이 강한 경북지역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며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13개 지역구와 23개 시·군 광역·기초단체장이 모두 한국당인 상황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흡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한국당은 친박청산으로, 바른정당은 자강파와 통합파로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과연 보수통합이 이뤄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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