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단어 동원해 ‘군사옵션’ 경고…北 비난·압박에 이례적 집중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에서 1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연설을 했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유엔 회원국 정상들을 모아놓고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첫 무대라는 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북한을 비난하고 압박하는 데 할애했다.

북한 문제를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는 격앙됐고 수위도 아주 강경했다.

‘완전파괴’, ‘자살임무’, ‘로켓맨’ 등 세계 최강대국 정상이 한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자극적인 단어들이 동원됐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에 전폭적으로 협조해달라는 주문도 포함됐다.

이란의 위협에 대해서도 적잖이 발언했지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이례적으로 5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연설의 핵심 주제로 강조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분량과 강도 모두에서 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번 유엔총회를 북한에 대한 최후통첩식 경고를 전달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고에 대해 “미국의 대통령이 2천500만 명 인구의 한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설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유엔을 ‘무능하고 비대한 관료주의 조직’에 비유하며 위상과 가치를 폄하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 데뷔전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 같은 노골적 비판은 자제했으나 부정적 인식은 여전했다. 미국이 유엔 분담금을 불공정하게 많이 부담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불공정한 비용 부담을 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유엔) 예산의 22% 이상을 낸다. 사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낸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에 대해 “모든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다면, 이러한 투자는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유엔이 훨씬 더 책임 있고 효율적인 세계 자유의 옹호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26일 유엔에 대해 “지금은 그저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즐기는 클럽”이라고 규정할 만큼 부정적 인식을 보여왔다. 또 이틀 뒤엔 “유엔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유발한다”는 직설적 비판도 했다.

취임 이후인 3월엔 재량지출 예산안 제안서에서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들어가는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하는가 하면, 미국의 유엔 분담금을 삭감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유엔 지도부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는 미국이 주도했던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정 탈퇴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고, 이에 대해 유엔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더욱 악화했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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