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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기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32년부터는 총인구 자체도 감소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구 50만 명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는 포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들의 경우 교육, 취업 등을 위한 대도시로의 이동 등으로 인구감소 문제는 더욱 실감 나는 현실일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도시들은 예전부터의 행정 중심지가 아니라면 대부분 고도성장단계에서 지역별로 분산된 수출공업단지나 대기업의 입지로 자연스럽게 고용과 인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상권 활성화와 소득증대로 팽창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장의 해외이전,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의 특수성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도시 자체의 잠재력이 쇠퇴하고 인구가 정체 또는 감소하면서 도심은 공동화, 스폰지화되고 도시 전체적으로는 도너츠화가 발생하는 등 외형적으로도 다양한 도시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포항의 경우에도 광역시를 제외하면 지방도시 중 대도시에 해당될 수는 있으나 구 도심지역의 상권이 점차 약화되고 도시 외곽으로 주거지역이 이동하면서 구 도심지역은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방도시의 도심 공동화 현상을 앞서 겪어 왔던 일본의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도심재생정책을 추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사실상 그 효과를 보인 성공사례는 겨우 손꼽을 정도로 이는 난제 중의 하나이다.

도심 공동화의 원인으로는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일곱까지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도시의 확대지향 △자동차 문화의 확산 △도심 지가의 상승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지역주력산업의 부진 △소상공인 보호정책 △도시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일 수 있으나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에 의해 뛰어넘을 수 있는 여지도 상당 부분 있다. 도심에서만 가능한 비즈니스라는 것도 있기 마련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른바 도시형 산업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도시형 산업이란 경제의 소프트화, 서비스화가 진전되면서 도시에 집적하여 지역발전을 견인하게 되는 서비스업이나 금융업과 같은 제3차 산업을 말한다. 도시형 산업은 산업집적의 촉진은 물론 일자리의 다양화, 유동인구의 증대 등을 통해 도심지를 재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더욱이 도시형 산업에는 취업시장에서 약자에 속하는 청년층, 여성, 노년층, 다문화 가정의 일자리가 주축을 이룬다. 결국, 도시형 산업의 육성은 철강 등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을 이루면서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도 완화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전체의 거주여건과 이에 필요한 도심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 나갈지, 특히 이에 더해 포항만이 갖고 있는 지역성을 살려 개성 있는 거리, 도시로 꾸미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 구도심지 주택 재개발 등과 같은 단편적인 사업도 중요하지만,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구도심지의 빈 터, 빈 사무실 등을 활용하여 청년, 여성, 어르신, 외국인들이 비즈니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와 이에 포항색(色)을 입히는 창의적 노력이야말로 최고의 해결책이라 할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에 포항만은 예외일 수 있도록, 아니 예외가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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