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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많은 지식인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안보 상황이 병자호란 직전의 시기와 비슷하다고들 한다.

조선 5백 년을 통틀어 그 많은 외세의 침략 가운데 가장 치욕적인 전란은 인조 때 청나라가 침범해 일으킨 병자호란이다. 병자호란의 저자 한명기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정묘호란을 겪은 인조가 개혁정치를 펼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인 정묘호란(1627)부터 병자호란(1636) 직전까지 이 10년간을 왕권보위와 주화(主和), 척화(斥和)파의 분당 정치에다 과거 정권의 실정을 성토하다 병자호란을 맞았다”고 썼다.

정묘호란을 귀감 삼아 청의 침범에 대비한 북방정책을 폈어야 했던 인조가 준비 없이 맞이한 전쟁의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스스로 청 황제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는 소위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이것뿐인가. 수많은 백성은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이 포로로 만주로 끌려가고 여인네들은 청군의 첩이 되었다.

2017년 9월 22일 현재 대한민국은 북한 김정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보수 야당들과 보수 쪽 국민은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라는 주장을 펴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과 진보 쪽 인사들은 “김정은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들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보수 쪽은 “북의 핵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술핵 배치가 유일한 방어수단”이라고 하고 진보 쪽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전술핵 배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 (9월 3일) 이후 지난 15일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백악관 안보 관련 고위인사들과 의회 쪽에서는 “이제는 군사 옵션 이외는 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8일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이 있느냐”의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매티스 장관의 이 말은 미국이 남한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면 대북 군사행동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1세기 들어 G2(Group of Two)로 급부상한 중국은 국내 사드(THAAD)배치에 대한 반한(反韓) 보복정책을 경제 쪽으로 노골화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 측의 제재 협조 요청에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의 중국은 대한민국에 대해 “한국은 우리 덕분에 먹고 잘 살면서 미국 쪽에만 붙어 사드배치를 하는 등 왜 우리를 불쾌하게 하는가”하는 듯한 위압적인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지금 한반도의 동해 상에서는 중-러 간 해군연합 훈련이 진행 중이다. ‘해상연합-2017’로 명명된 중-러의 해상합동군사훈련은 오는 26일까지 북한의 나진항에서 불과 150Km 떨어진 동해 상에서 실시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미-일은 일본 홋카이도 일대서 종합전투사격훈련과 미-일 전투기들의 연합작전훈련을 공중과 육지에서 펼치고 있다.

이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난국을 풀어나가야 할까? 가깝게는 한말때 청·일·러 3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왕이 국정을 수행하는 수도 한양이 수시로 이들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뼈아픈 역사의 질곡에서부터 멀게는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처럼 청·명이 충돌하는 판세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보였던 허술한 국방대응의 실상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병자호란, 결코 역사의 한 시대로 치부하고 책장을 넘겨야 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5천만 국민 앞으로 또 다른 병자호란이 닥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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