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들이 과로로 쓰러져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인 20일 장기파출소에 근무하던 김현보(55) 경감이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과 심부전증으로 나타났다.

이날 김 경감은 앞서 새벽 4시 50분께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 사건을 처리하던 중 술에 취한 용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길질을 당하는 등 격렬한 저항에 시달렸다.

어렵사리 체포를 마친 김 경감은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포남서로 이동해 용의자 신병을 인계한 후 다시 장기파출소로 돌아와 근무를 이어갔지만, 당일 오전 8시 40분께 심장 이상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는 이날 김 경감이 해당 사건을 처리한 직후부터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포항남부경찰서 이상록(57) 외사계장이 하반기 정례 사격 중 갑작스레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흘만인 14일 숨졌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이 경감은 평소 오전 7시 무렵이면 출근해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날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지면서 높은 업무 강도가 사망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인다.

과로사는 주로 야근이 많은 노동자, 교대근무자, 육체노동, 업무 강도가 높은 직업군에서 발생하며 특히 잦은 야간 근무와 업무 스트레스 누적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의학계에선 야간 교대근무가 당뇨병·암·심혈관계 질환 등 신체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지만 일선 경찰들은 야근과 비상 동원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지구대나 파출소의 경우 하루 24시간 또는 13시간씩 번갈아 근무하며 특히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휴무나 비번인 경찰의 ‘자원 근무’를 통해 인력을 채우는 구조다.

다만 김 경감이 근무한 장기면은 도농 복합지역으로 업무량이 많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경찰서 한 관계자는 “장기파출소의 경우 하루 신고 건수가 3~4건 정도로 포항 도심 소재 지구대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치안 수요가 적어 50대 이상 고참급 직원들이 선호하는 근무지로 김 경감도 올해 1월 자원해 근무 중이었다”고 말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서 경찰관이 업무상 과로로 연이어 순직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경찰 업무 여건 증진을 위한 인력 증원과 처우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력 증원은 장담할 수 없고, 처우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내놓지 못해 사실상 조속한 상황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9월 현재까지 사망한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중 과로사가 인정돼 순직 처리된 경우는 모두 9건에 이른다.

김 경감 등 숨진 포남서 경찰관 2명은 현재 순직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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