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文대통령 유엔데뷔전 '성과'…'북핵공조' 넓히고 '평화' 띄우기

국제사회에 ‘북핵 컨센서스’ 구축…한·미, 한·미·일 정상회동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9월22일 09시32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최고 수준의 제재와 압박이란 카드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새로운 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제72차 유엔총회 참석차 지난 18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3박5일간 머무르면서 유엔총회 기조연설, 한·미 정상회담 및 한·미·일 업무오찬, 잇단 양자회담 등의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최대의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 데뷔해 ‘촛불민심’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을 알리고 ‘4강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 각국 정상을 만나 교류·협력의 폭을 넓혔다.

특히 미국·일본 등 우방과 북핵 문제 대응 과정에서 최고의 제재와 압박을 위한 공조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실효적 대북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러시아 정상과 별도의 교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미국의 유력 금융·경제인을 만나 ‘북핵 리스크’ 우려를 잠재우는 한편, 다자외교 무대에 모인 각국을 상대로 문화·체육 분야 중 가장 역점을 둔 평창동계올림픽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 한·미·일 ‘삼각 압박공조’ 다져…‘평화 콘셉트’ 띄우기 =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까지 참석한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을 함께한 것은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한 지 채 석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한·미·일 정상회동은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지 두 달 만에 다시 이뤄졌다.

북한의 주요 도발이 있을 때면 정상 간 통화로 공조 방안을 논의하며 협력 관계를 끈끈히 해 온 세 나라 정상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제재와 압박을 극대화한다는 데 이견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 사이에 북한이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변했음을 고려해도 세 나라 정상이 이른 시일에 머리를 맞대며 우방 간 공조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외국은행과 기업, 개인을 겨냥한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한·일 정상이 한목소리로 지지의 뜻을 나타낸 것은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세 나라가 이견 없이 일치된 목소리를 낸 것은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국제사회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뉴욕 방문의 주된 성과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표가 결국 대화를 통한 평화적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게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지 브리핑에서 촛불, 사람, 평창과 함께 유엔총회 연설의 4대 핵심주제 중 하나가 평화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가 실효적으로 이행될지를 좌우할 중국·러시아 정상과의 교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완의 성과’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 대회 준비에 바쁘다는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유엔 개혁안에 반대하며 유엔총회 대신 군사 훈련을 참관하느라 뉴욕에 오지 않았다.

중국·러시아 정상의 이런 행보가 우방인 북한과의 관계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북 제재·압박이 어느 정도까지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북핵 이슈 중요성 환기에 유럽 등 국제사회 공조 확인…외교 다변화 = 문 대통령은 1991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이래 한국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첫 사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서 비롯된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엄중하게 인식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한반도”라고 말해 북핵 문제가 세계 평화에 미치는 심각성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앞서서도 각국 정상을 만나 벌인 양자회담에서 빼놓지 않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제재와 압박에 동참해줄 것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의 평화적·근본적 해결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벌인 정상들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북핵 문제 대응에 우리 정부와 협조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고 밀로쉬 제만 체코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군사작전으로 해결하면 무고한 시민의 죽음을 초래한다”며 평화통일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문 대통령의 ‘북핵’ 대화 중재 요청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최대 규모의 다자외교 무대에서 4강(强)이 아닌 유럽, 아프리카 국가 등의 북핵 대응 공조방안을 협의함으로써 ‘우군’의 외연을 확대하는 효과도 얻었다.

미·일·중·러가 신냉전 구도를 보이는 흐름 속에서 북핵 외교의 폭을 넓히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강화한다는 면에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 美 경제 거물들 상대로 ‘북핵 리스크’ 우려 불식 =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불리는 뉴욕에서 주요 금융·경제인을 직접 만나 이른바 ‘북핵 리스크’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북핵 문제에서 파생된 경제 위기의 도래를 막고자 문 대통령이 직접 한국경제 현황을 설명하며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한·미 동맹이 굳건함을 언급하며 안보 상황이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뉴욕에서 한국경제 현황을 설명한 사례는 많았으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현지의 경제인들과 질의응답을 한 적은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접근법으로 한국 투자를 주저하는 미국 경제인의 심리를 풀고자 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의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 나선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대통령이 진솔하게 의견을 피력해 위안이 됐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양국 간에 많은 투자가 유치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 홍보대사로서 공들인 ‘평창동계올림픽 붐업’ = 문 대통령은 뉴욕 방문 전부터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라고 말하며 유엔총회 기간 대대적인 올림픽 홍보전을 예고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접견을 비롯해 양자 정상회담, 동포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여와 관심을 호소하며 ‘붐업’에 안간힘을 썼다.

이탈리아, 체코 등 동계스포츠 강국을 만나서는 각별히 동계올림픽을 화제로 삼아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뉴욕의 대표적 명소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미국 동계스포츠 스타 등이 참여한 대대적인 홍보행사로 분위기를 띄웠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일관된 소신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민주주의 선진국 면모 과시 = 문 대통령은 국제협력·분쟁해결 분야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대서양협의회가 주는 ‘2017 세계시민상’을 수상하며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촛불혁명은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상징적인 사건이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이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희망을 만들었다”는 말로 ‘국정농단’ 정국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낸 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계 시민의식 구현과 민주주의 발전 등에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상을 받으면서 촛불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했다고 언급함으로써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과 한국 민주주의의 우수성을 알렸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평가다.

<ⓒ 경북일보 & kyongbuk.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