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단 2명 무표정…메모하거나 노트북으로 발언 정리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상이 취임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것은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후 처음이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21일(뉴욕 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 참석, 북한 대표단을 응시하며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르비아, 아이티 정상에 이어 세 번째로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애초 한국 시간으로 오후 10시30분에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앞선 정상들의 연설이 길어지면서 문 대통령의 연설은 15분 늦어진 오후 10시45분에 시작됐다.

아이티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연단 옆에 마련된 의자에 착석해 잠시 대기하다가 문 대통령에 대한 소개가 끝난 뒤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과 차분한 어조로 연설했으며, 중간 중간 손동작을 적절히 사용하며 강조할 포인트를 짚어주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유엔 총회장 내 한국 대표단 자리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나란히 앉아 문 대통령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공교롭게도 북한 대표단 자리는 연단과 가장 가까운 제일 앞줄에 배치됐다. 문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북한 대표단 자리에는 2명의 인사가 앉아 있었으나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 때처럼 리 외무상이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의 연설을 피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좌·우와 정면을 적절히 바라보며 연설을 이어갔으나 북한 핵 문제를 언급할 때는 북한 대표단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북한이 핵을 버리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언제든지 북한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시선에 북한 측 대표단 2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사람은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였으며, 다른 한 사람은 메모장에 무엇인가를 적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두 사람은 시종일관 무표정했으며, 가끔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평화’로 모두 32차례나 언급됐다. 이어 ‘대한민국’이 19차례 언급됐으며, 다음으로 ‘북한’이 17차례 문 대통령의 입에 올랐다.

‘전쟁’과 ‘국제사회’는 각각 11차례 등장했으며, ‘촛불’과 ‘사람’ ‘한반도’는 열 번씩 언급됐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22분간 이어져 오후 11시7분에 종료됐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연설 도중 박수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유엔 총회장 곳곳에서 큰 박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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