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6차 핵실험장 남동쪽 20㎞…자연지진으로 음파 없어"

북한 핵실험장에서 20여㎞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됐다.

기상청과 유엔 산하 핵실험금지 감시기구는 자연지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당국도 당초 폭발에 따른 지진이 의심된다며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 뒀다가 나중에 핵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자연지진의 특징을 가졌다고 정정 발표했다.

특히 핵실험금지 감시기구는 이번 지진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여파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23일 오후 5시 29분께 북한 함경북도 길주 북북서쪽 23㎞ 지역에서 규모 3.0의 자연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앙은 북위 41.14도, 동경 129.29도이다. 지진 발생 지점은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와 근접한 곳으로 파악된다.

이날 지진 규모는 종전 6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에 모두 못 미친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당시에는 규모 3.9로 파악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2차 4.5, 2013년 3차 4.9, 2016년 1월 4차 4.8, 9월 5차 5.0에 이어 지난 3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실시된 6차 때는 5.7이었다.

기상청은 지진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관측망에서 벗어난 지역이어서 진원의 깊이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기상청은 지진파의 특징, 음파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자연지진이라고 분석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장소는 6차 핵실험을 한 위치에서 남동쪽으로 20㎞가량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우 분석관은 “이번 지진에서는 자연지진에서 나타나는 P파와 S파의 파형 특징이 뚜렷하게 관찰됐다”면서 “또 인공지진이 일어나면 흔히 음파가 나타나는데, 음파 역시 관측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도 과거 핵실험보다 작은 강도의 흔하지 않은 지진활동이 북한에서 관측됐다며 분석에 들어갔다.

라시나 제르보 CTBT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UTC 8시29분(한국시간 오후 5시29분)과 그보다 훨씬 작은 UTC 4시43분 등 두 차례 지진이 있었다. 인공지진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의 6차 핵실험 8.5분 뒤에 발생한 붕괴(collapse)와 비슷했다.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진관측기관인 국가지진대망(CENC)은 이날 북한에서 3.4 규모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CENC는 진원 깊이를 0㎞로 측정하고, 지진 원인에 대해서는 폭발이 의심된다는 ‘의폭’(疑爆)이라는 말을 기재,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상적으로 10㎞ 미만으로 진원이 얕은 경우에 인공지진 가능성이 제기되곤 한다.

블룸버그, 교도, AP, AFP, 로이터, 신화 등도 일제히 CENC의 발표를 인용해 같은 위치에서 폭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규모 3.4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 CENC는 북한 지진에 대해 핵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자연적인 지진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당초 밝힌 내용을 정정해 발표했다.

북한에 인접한 러시아 극동연해지방의 기상당국자는 “북한에서 지진이 관측된 후에도 방사선량은 평소 수치와 변함 없다. 이상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도 이날 북한에서 3.5규모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진원의 깊이는 중국의 측정보다 다소 깊은 5㎞로 측정됐다고 전했다.

USGS는 성명을 통해 지금으로선 인공지진인지, 자연지진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단 이번에 북한에서 발생한 지진은 자연지진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CTBTO의 제르보 사무총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이 지난 3일 실시된 북한의 6차 핵실험 여파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르보 사무총장은 “현재 가장 가능한 가설은 이전의 이벤트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라면서 “(6차 핵실험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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