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신경에 작용해서 정신 상태에 영향을 주는 물질. 각성제, 수면제, 안정제, 진정제 등. 시인 보들레르는 대마초의 일종인 헤시시를 피우며 불후의 명작 ‘악의 꽃’을 썼다고 한다.

각성효과를 내는 약물은 19세기 낭만주의를 기점으로 한 때 예찬 된 적이 있다. 계몽과 합리에 신물 난 예술가들이 그동안 종교제의나 사교모임 등 집단 행사 때 쓰였던 약물을 개인 도취를 위해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약물 사랑은 20세기 아방가르드 운동,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에까지 이어진다.

비트 제너레이션은 1970년대 마약, 섹스, 로큰롤을 향유하며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주류로 성장하는 미국의 저항세대다. 비트 작가 윌리엄 버로스는 평생 마약을 하면서 문제작 ‘벌거벗은 점심’을 냈다고 한다. 독일 학자 알렉산더 쿠퍼는 그의 저서 ‘신의 독약’에서 “약물은 세계를 깊이 알게 해 주고 끔찍한 일상을 피하게 해준다. 불가피한 도피를 돕는 약물을 완전히 금지한다는 것은 인간을 불안의 시간 속에 무방비 상태로 던져 넣는 것과 같다”라는 약물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향정신성 물질로 인한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남경필 도지사 아들이 필로폰 밀반입·투약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남지사 아들 남씨는 이전 후임병 폭행에 이어 두 번째 구설수에 올랐다.

남 지사의 장남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필로폰 4g을 구입 해 속옷 안에 숨긴 뒤, 16일 오전 1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했다. 입국 당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했고, 17일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남씨는 한 조건 만남 데이트 앱에서 “얼음을 가지고 있으니 같이 화끈하게 즐길 사람을 구한다”며 여성을 물색했다.

최근에는 연예인과 기업가에서부터 택시 운전기사, 유흥업소 종업원, 농민에 이르기까지 직업과 신분에 관계없이 향정신성 물질이 널리 퍼지고 있다. 한때 예술가들의 몽환적 신비감 충족을 위해 사용됐던 향정신성 물질이 현실 도피성 사회규범과 질서 파괴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적극적 단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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