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호 동리목월문학관장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신임관장에 동리·목월 선생의 제자인 정민호 시인이 취임해 지역은 물론 한국문학 발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민호 시인은 경주에서 창작 활동을 왕성하게 하면서 한국 문단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문학계의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정민호 신임관장은 1939년생으로 박목월 시인을 동경해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동리목월문학관’관장을 맡으면서 그 소회가 남다르다. “내가 20대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처음 만난 교수가 김동리 선생님이셨다. 그때 창작과 과장이면서 소설을 지도하셨다. 목월 선생님은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우상처럼 생각하며 그의 시를 외고 다니던 때였었기 때문에 입학하자마자 목월선생을 찾았다. 드디어 목월선생을 만나 그의 신나는 강의를 듣는 것이 나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기도 했다”며 “그래서 나는 이 두 분을 아직도 있지 못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정 관장의 추억담은 이어졌다

“내가 66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목월선생과 조지훈선생이 심사를 하셨다. 그때 내가 목월선생 댁에 인사차 들렸을 때, 그 반가워하는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아! 너가 정민호였구나!’ 하시는 그 굵고 다정한 음성이 내 가슴 속에 지금도 남아 있다. 동리선생은 소설 실기 시간에, 내 소설 ‘합각’을 보시고 빙그레 웃으시던 그때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변변찮은 내 소설에 학점을 주시던 그 은혜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80년대에 남들이 받기 어렵다는 ‘한국문학상’을 주신 것은 오직 나만을 생각하신 은혜로움으로 뇌리에 남았다. 나는 20대, 동리목월선생은 그때 40대였었다. 세월이 가서 두 분은 돌아가시고 나도 70대의 후반이 되어 ‘동리목월문학관’ 관장으로 취임하고 나니, 동리 목월 선생님께서 나를 보고 “정군(鄭君)!” 하고 빙그레 웃으시는 것 같아서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 이번에 다행인지, 아니면 행운인지. 그 직계 제자인 내가 ‘동리목월문학관’ 관장을 맡고 나니 자꾸 옛 생각이 나서 조용한 행복 속에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울렁여오고 있다”고 감회에 젖었다.

정 관장은 “그동안 동리목월상 수상자로 더 이상 수상이 필요치 않을 만큼의 국내 유명 작가들을 선정해 온 데 대한 불협화음을 지역이나 신진 작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문학관 운영방침을 밝혔다.

정 관장은 1966년 박목월, 조지훈, 송욱선생의 추천으로 ‘思想界’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꿈의 경작’ 등 17권, 시조집 ‘그리운 날의 연가’ 등 다수, 시선집 ‘깨어서 자는 잠’ 등 다수, 수필집 ‘시인과 잃어버린 팬티’ 등 다수가 있다.

또 경주시 문화상, 경상북도문화상, 한국문학상, PEN 문학상, 한국예총 예술대상, 창릉문학상 등 수상을 했고, 경주문인협회장, 예총경주지부장, 경북문인협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펜한국본부 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25일 경주시청에서 실시한 동리목월문학관 위탁심사 결과로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회장 김형섭)로 선정됐다. 따라서 신임 관장으로는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정민호 시인이 추천돼 취임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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