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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매년 맞는 한가위는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먹거리가 푸짐한 좋은 날이다. 맑고 푸른 하늘도 높아 보이며 삐쩍 마른 말도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새벽을 여는 붉은 닭의 띠인 올해 정유년은 긴 연휴에다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쉬는 날이 역사상 최장기간이다. 명절도 길어 벌초도 하고 성묘도 하고 차례도 지내며 일가친척의 안부 인사와 정겨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한가위만의 특별선물이고 매력이다.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하루하루가 한가윗날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추석에는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성하고, 이날은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잘 먹고, 웃고 떠들며 놀게 되므로 늘 고민하고 걱정 없는 이 날만 같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과거 보릿고개를 겪으며 배불리 먹지 못하고, 별 보고 들에 나가 별 보고 오는 일에 지치고 시달린 집안 어른 조상님 소박한 꿈이 현실이 되는 좋은 시절에 우리는 살고 있어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절호의 긴 연휴를 마스트 플랜을 세워 유용하고 즐겁게 지내 행복한 한가위 추억을 만들자. 집안 어른도 찾아뵈어 용돈도 드리고 건강하시라고 절도 하고 일가친척과 회포도 풀자. 소정의 선물도 주고받아 정도 쌓자. 서로 1년 만에 만나 가정사 이야기와 세상사 돌아가는 이야기도 번갈아 하여 집안과 사회에 못 푼 사연이 차곡차곡 쌓인 의문과 고민거리 스트레스 한 방에 날리자.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듯이 긴 연휴의 이번 한가위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번개처럼 지나간다. 모두 건강할 때, 살아 있을 때 잘하자. 명절 때 제일 듣기 싫은 취직 언제 하나? 결혼은? 살기는? 이런 정곡을 찌르며 대답하기 곤란하고 자존심 상하는 말과 행동은 묶어두고 잘 될 거야! 신수가 훤해 보이네! 형편이 나아질 거야! 화답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끌고 나가 함빡 웃음꽃의 행복한 한가위 정겨운 추억을 간직하자.

한가위 명절이 성묘하고 차례를 지내는 공식행사도 중요하지만, 음식 나누며 곡주도 한잔하며 회포 푸는 비공식 행사도 의미가 크다 나도 추석 명절에 시골에 가면 꽃 피고 새 울며 굴뚝에 흰 연기가 몽실 오르는 초가집이 연상 된다. 일가친척들이 모여서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보면 일어날 시간으로 아쉬운 작별을 한다.

항상 한가위 명절은 못다 한 이야기가 끝이 없다 해도 해도 이야깃거리가 나오니 말이다. 당숙부와 당숙모는 사변동이인 아들과 조카를 앉혀놓고 6·25 사변 때 피난 간 이야기를 성묘 간지가 반세기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야깃거리가 남아있어 듣고 온다. 올해에는 쉬는 날이 길어 느긋하게 하실 것 같아 지루할는지 모른다.

한가의 명절이 가까워지면 설렌다. 이번에도 성묘 가는 산길에 풀냄새 흙냄새 시골 냄새가 그립고 아늑하다. 일가친척 만나 잘 있으면 내가 행복하다 포식하고 곡주 한잔하면 천하를 다 얻었다고 망상을 하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이런 들뜬 분위기가 그리워 정겨운 한가위 명절이 기다려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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