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의 위협을 피해 런던으로 피난 온 유대인 집안 아들이었다. 나는 낯선 땅 일본에 도착, 요코하마 해변에서 조개껍데기 줍던 시절 내 주머니엔 아버지에게 받은 5파운드 밖에 없었다.

나는 그날 양손에 5파운드와 조개껍데기를 움켜쥐고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내가 지금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날의 기억을 한 순간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 재벌 ‘로열 더치 쉘’의 창업자 마커스 새뮤엘의 독백이다. 쉘은 ‘시나리오 기법’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세계 석유 업계 랭킹 7위에서 2위로 급상승했다. 1967년 이스라엘-아랍 간의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일방적 승리를 거두자 쉘 석유는 아랍권의 다음 대응수순을 예측해 전쟁 중 서방세계가 이스라엘을 지원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아랍권이 분명히 에너지 위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쉘이 작성한 시나리오에 의하면 석유감산과 유가인상이었다. 그 시점은 OPEC이 유가재협상을 앞둔 1975년 이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운 쉘은 앞으로 닥칠 위기 극복의 전의를 다졌다. 실제로 세계를 강타한 석유파동은

1973년에 일어났다. 만반의 대책을 세워두었던 쉘은 위기에 편승해 비약적인 성장을 했던 것이다.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 주택시장에서 오히려 입지를 굳힌 미국 건설업체 ‘톨 브라더스’도 시나리오 기법에 의해 성장했다.

브라더스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오기 2년 전 자체적으로 마련한 시나리오를 통해 위기를 감지했다. 다른 업체들이 지속적인 주택 가격상승을 믿고 은행 돈을 빌려 주택을 사들일 때 브라더스는 소유한 주택을 모두 팔았다. 그 뒤,

금융위기가 가라앉자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 후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미래가 불확실 할수록 시나리오에 의한 위기관리가 보증수표다. 6차 핵실험이 벌어질 때까지 역대 정권마다

북핵의 실체를 직시하지 않고 아전인수로 해석하여 무지와 몽상으로 짜깁기 된 빗나간 ‘환상의 시나리오’재앙이 북핵 인질을 자초했다. 더 걱정인 것은 대화파가 판치는 문재인 정부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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