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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동지침' 폐기, 노사정 대화 재개해야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9월25일 19시36분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조건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양대 노동지침이 공식 폐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을 통해 이미 예고된 대로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25일 산하 기관장 회의에서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를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시행에 들어간 양대 지침은 1년 8개월 만에 효력을 다했다. 양대 지침이 대표적인 노동 개악이라며 반발해 온 양대 노총은 당연한 조치라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노동부는 양대 지침 폐기가 노사정 대화 복원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으나, 양대 노총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대화를 위한 분위기는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김영주 장관은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지침 폐기는 법 위반을 되돌려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지침으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만든 것은 현행 노동조합법에 비춰볼 때 잘못이며, 따라서 원상복귀가 맞는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의 발언처럼 양대 지침은 박근혜 정권이 도입할 당시에도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노동계는 양대 지침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통상임금의 경우처럼 법원에서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올 것이며 결과적으로 노동현장에 혼란만 야기한다는 주장을 했다. 양대 지침 강행 직후인 지난해 1월 말 한국노총은 노사정위를 전격 탈퇴했고, 이후 노사정 대화는 전면 중단되고 말았다.

양대 지침은 법률의 위임을 뛰어넘는 내용을 담은 게 사실이다. 먼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해고 허용 지침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만을 허용하는 점에서 볼 때 위법의 소지가 있다. 또 취업규칙 변경 조건 완화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법률을 건너뛰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이 지침대로라면 사업주가 취업규칙을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반발했다. 양대 지침은 박근혜 정부 당시 노사정 협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사항이었다. 당시 노사정은 전문가와 노동계의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노동부는 곧바로 한노총의 반대를 일축하고 양대 지침을 강행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한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선결 조건 중 하나로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양대 지침의 폐기가 곧바로 대화 재개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한국노총은 양대 지침 폐기에 덧붙여 단협 시정명령을 폐기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민주노총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계로서는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하는 내용이겠지만, 이런 요구사항의 충족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태도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동시간 단축 등은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가 필요하고, 따라서 대화의 전제조건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각종 쟁점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그 합의를 동력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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