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진 경주시 현곡면

▲ 주현진씨
누군가 꼼꼼히 훑고 간 문장들은
바람의 문장입니다
바람은 그저 손님인가요
다녀간 기척 꼬집어보려고
아득한 구름으로 두른 밑줄엔
가끔 눈가루가 흩날리고 간간, 빗방울에 섞였습니다
그런 날은 비바람 눈바람 몰아치는
조금 낯선 문장들이 읽히기도 하죠
밑줄 친 바람을 읽어드리는 동안
구름의 조각들 낱낱이 흩어집니다
누군가 끼워놓은 갈피에 저녁이 곱게 깃들어
붉은 구름의 뒷장을 넘겨봅니다
바람이 다녀간 문장은 냉풍 혹은 온풍,
더러 온풍을 가장한 폭풍이 마른 침을 삼키고 있죠
오염된 먹구름의 얼굴을 소매로 닦아냅니다
말간 바람의 문장이 드러납니다
꾹 눌러 찍은 지문이 내재된 마지막 페이지를 덮습니다
귀가 닳은 바람은
어디에나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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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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