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나크게 슬픈 일을 당하고서도

굶지 못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

슬픔일랑 잠시 밀쳐두고 밥을 삼켜야 하는 일이,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밥을 씹어야 하는

저 생의 본능이.

상주에게도, 중환자에게도, 또는 그 가족에게도

밥덩이보다 더 큰 슬픔이 우리에게 어디 있느냐고




감상) 그러니까 어쩌다 만난 친구에게 밥 한 번 먹자고 하는 말은 빈 말이 아니다. 내 슬픔을 네가 좀 알아 줄 수 있겠느냐는 기대이면서 네 슬픔을 봐 주겠다는 배려다. 그러니까 그게 쉽게 이루어질 리는 없다. 밥 한 번 먹자 해놓고 잊어버렸다고 서운해 하지도 미안해하지도 말자. 밥을 먹으면 그 때부터 비로소 더 슬퍼지는 것이니.(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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