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김광석길’이 아니었다면…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9월27일 16시19분  
▲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1996년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 출신 가수 고(故) 김광석과 고인의 딸 사망 관련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세간의 숱한 의심을 받는 그의 아내 서해순씨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그대로다. 서씨가 2015년 3월 김광석길에서 울려 퍼지는 김광석 목소리에 대해 저작인접권료 징수를 시도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과 팬들은 씁쓸함까지 느꼈다고 한다.

2010년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옹벽 350m를 따라 만든 김광석 다시그리기길도 뒤숭숭하다. 그의 유품을 모아 6월 1일 개관한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찾은 팬들은 그곳에서 그리움과 애틋함을 표하고 있다. 김광석을 추모하는 유일한 공간이 됐다.

이런 ‘김광석길’이 김광석길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전국적 명소가 된 김광석길이 탄생한 뒷이야기 하나 소개한다. 그를 추억하는 한 방법이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점포 수만 1천여 개에서 60여 개로 줄 정도로 쇠락한 방천시장을 문화예술로 되살리기로 결심했고, 통영의 동피랑 벽화 마을과 같은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여기에 중구만의 색깔을 덧씌우기로 했고, 벽화 외에도 지역과 인연이 깊은 사람을 내세우면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을 떠올렸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살다가 한국전쟁 때 혼자 방천시장으로 내려와 신문팔이를 했다. 같은 중구 인교동의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씨의 삼성상회 터가 오버랩 된다는 이유로 ‘김우중길’은 포기했다.

대구가 연고지인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에서 뛰었던 양준혁(48)씨도 내세웠다. 방천시장에서 태어나 방천시장 입구에서 운영하는 아버지의 가방가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연이 있다. 그런데 골목 전체에 양준혁 스토리로 꾸며 넣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프로골퍼 박세리를 모티브로 한 충남 공주의 박세리 공원이 기대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점도 고려했다.

통기타를 들고 방천시장을 지키는 김광석이 아니라, 돈다발을 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나 야구방망이를 치켜든 양준혁씨가 조형물로, 또는 이 골목 벽화 주인공이 될뻔한 사연들이다.

중구청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방천시장 번개 전파사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운 김광석이 음악 하나로 수많은 마니아에게서 사랑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김광석’을 낙점했다. 이렇게 김광석의 생전 모습이 담긴 벽화와 김광석의 노래로 가득한 ‘김광석길’이 생겼고 지금 우리 곁에서 소중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지금 생각해도 ‘김광석길’로 결정하길 참 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간 분쟁은 김광석의 음악성이나 김광석길과는 무관하게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김광석길’이 있기에 뛰어난 음악성의 산물인 김광석의 노래와 그의 흔적을 생생하게 추억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광석이 ‘영원한 가객(歌客)’으로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 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빈다고도 했다.

가을비가 쏟아진 오늘 김광석 거리를 다시 거닐었다. 그냥 그랬던 것처럼 김광석의 음악과 김광석의 천진난만한 미소만 생각하기로 했다.

‘김우중길’이나 ‘양준혁길’이 아닌 ‘김광석길’이 있어서 참 좋다. 당장, ‘김광석길’로 달려가 보자.
<ⓒ 경북일보 & kyongbuk.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원, 검찰청, 경찰청, 의료, 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