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함옆면우측,완판본초한전목판. 사진=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심청전·삼국지·초한전·소대성전 등 19세기에 새겨진 한글소설 목판 5장으로 윗면과 옆면을 장식한 보석함이 최초로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보석함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소설 4종의 목판 일부가 외부에 붙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선학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은 27일 서울 종로구에서 간담회를 열어 “한 달 전쯤 일본을 오가는 고미술품 상인으로부터 방각본(坊刻本) 한글소설 목판으로 만든 보석함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보석함은 가로 14.5㎝, 세로 8.5㎝, 높이 7㎝ 크기다. 윗면에는 영웅소설인 ‘소대성전’의 목판이 있고, 옆면은 ‘초한전’ 2장, ‘삼국지’ 1장, ‘심청전’ 1장이 감싸고 있다. 내부는 주칠(朱漆)을 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방각본은 조선 후기에 민간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출판한 책을 뜻한다. 방각본 한글소설은 서울, 전주, 안성, 대구 등지에서 생산됐는데, 책은 비교적 많이 남아 있지만 목판은 거의 보존되지 않았다.

방각본 한글소설 목판 중 온전한 유물은 7점밖에 없다고 알려졌다. 서울에서 찍은 방각본인 경판본(京板本) ‘월왕전’ 6점이 순천 뿌리깊은박물관에 있고, 전주에서 제작된 방각본인 완판본(完板本) ‘삼국지’ 1점을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판화박물관이 완판본 ‘유충렬전’ 목판으로 장식한 분첩 1점, 충주 우리한글박물관이 완판본 ‘심청전’ 목판을 재활용한 담뱃갑 1점을 각각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보석함도 모두 완판본이다.

한 관장은 “방각본 한글소설은 50여 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며 “책을 찍을 때는 목판 여러 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많은 목판이 있어야 하지만 남은 것은 보석함을 포함해 10여 점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장은 이어 “한글소설 목판으로 장식한 보석함, 분첩, 담뱃갑은 한글 문화재 수난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라면서 “앞으로도 공예품으로 재활용된 한글소설 목판이 추가로 발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석함에 붙은 목판의 내용을 분석한 이태영 전북대 교수는 “완판본 한글소설 목판 500여 점이 한국전쟁 때 불탄 것으로 전하는데, 보석함을 보면 목판의 일부가 일본까지 흘러간 사실이 확인된다”며 “보석함의 목판은 19세기 한글소설 출판 과정과 서체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고판화박물관은 10월 27일부터 내년 2월 15일까지 동양의 고판화 목판을 소개하는 특별전 ‘나무와 칼의 예술’을 개최한다. 이 전시에는 보석함을 포함해 1687년에 새겨진 한글 ‘수능엄다라니’ 목판, 오륜행실도 한글 목판 등이 나온다.


보석함 옆면 우측완판본초한전. 사진=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보석함. 사진=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보석함. 사진=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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