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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색깔맞춤'에 벙커도 함께…"굳건한 안보·평화 위해"

文대통령-安대표 넥타이 녹색…국민의당에 적극적 협치 ‘손짓’ 해석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9월28일 09시10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기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대표들과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불참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만찬 회동이 열린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 잔디밭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아이템은 녹색 넥타이였다.

파란색 넥타이를 맨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함께 가장 먼저 상춘재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자주 선택하는 타이 색상은 아니었기에 뭔가 메시지를 담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았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도착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의 상징색깔인 녹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 후 처음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은 색깔의 타이를 맨 채 카메라 앞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상춘재까지 안 대표를 안내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타이 색깔까지 녹색 계열이었다.

이날 회동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빠진 채 진행되면서 초점은 당연히 대선 때 치열하게 경쟁했던 문 대통령과 안 대표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안보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운영 문제에서 진전을 보려면 안 대표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문 대통령이 ‘드레스코드’에서부터 안 대표에게 협치의 ‘손짓’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과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치의 손짓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건배사로는 “굳건한 안보와 평화를 위하여”라고 외치면서 안보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마음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은 듯 보였다.

안 대표는 상춘재 앞뜰에서 환담이 이뤄지는 동안 좀처럼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진지한 모습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안 대표는 이날의 중요한 이슈였던 안보 문제를 두고 국민이 전쟁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한편, “우리 외교팀의 내부 혼선까지 겹쳐 더 불안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선 것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였다.

추 대표는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가리킬 때 쓰는 애칭 표현인 ‘달님’을 써서 “하늘에 달님이 떠서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다”면서 “달님 마음이 국민 마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고언’이 이어졌지만 문 대통령은 끝까지 안 대표를 비롯한 야당의 마음을 얻는 데 공을 들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이 전한 바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인사문제와 관련해 “일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것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대 인사 원칙 후퇴’ 등 인사와 관련해 직접 유감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진정성 있게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기자들을 만나 “때로는 긴장도 흘렀지만 대체로 역지사지하면서 야당 대표들도 절제 있게 말씀했고 대통령도 솔직담백하게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며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2시간 15분가량 이어진 만찬을 마치고 나서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로 이동한 것도 야당의 협력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안보 의제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작성되는 동안 문 대통령은 ‘벙커’를 한 번 보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고, 여야 대표들은 안내에 따라 이동해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들었다.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를 야당 대표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정파를 초월해 야당과 안보 의제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 특히 진정성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 장면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추 대표의 제안으로 메뉴판에 사인을 해 ‘롤링페이퍼’ 형식으로 돌려서 가져가기도 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농담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회담이 비공개로 되자 곧바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시차 적응을 잘하는 것 같더라”라고 하자 참석자 중 한 명이 “우리 대통령도 그런 체질인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임종석 비서실장이 “그게 가능하냐”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회동 장소인 상춘재는 지난 여름에 새 단장을 마쳐서인지 참석자들의 좋은 이야깃거리 소재가 되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예전에 상춘재에 니스를 많이 칠했는데 이것이 목재에 해롭다고 해서 사포질을 일일이 해 벗겨내고 하느라 비용이 꽤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해놓고 보니 잘 됐다”고 화답했다.

추 대표가 “야당 대표를 모신다고 하니까 목욕재개하고 기다리는 것 같네요”라고 하자 좌중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불편한 워딩보다는 분위기가 톤 다운이 많이 된 부드러운 자리였다”며 “각 당이 청와대를 바라보는 우려들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하지만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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