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때렸다"-"맞았다" 법원 판단에 관심 쏠려

경찰이 유죄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달라는 의견을 달아 송치한 사건 피의자에 대해 대구지검이 기소유예 처분했는데, 피해자의 항고장을 받은 대구고검은 해당 피의자를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송 조건이 구비됐다 하더라도 가해자의 기존 전과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내용, 반성 정도 등을 검사가 판단해 공소제기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대구고검은 대구지검으로부터 특수상해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수의사 이모(50)씨에 대한 피해자 박모(50) 수의사의 항고장에 대한 검토를 거쳐 27일 이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대구지법은 제11형사단독 김형진 부장판사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사건은 5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오후 9시 30분께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서 대학 동창 최모(50)씨 부부와 술을 마셨고, 이씨가 뒤늦게 그 자리에 참석했다. 박씨와 이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 박씨는 “늦게 올 거면 왜 왔느냐”면서 이씨의 뒤통수를 두 번 밀쳤다. 화가 난 이씨도 테이블에 있던 소주잔으로 박씨의 뒤통수를 때렸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8월 2일 이씨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박씨에게는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범죄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겨 처벌을 받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김형길 대구지검 1차장검사는 “박씨가 먼저 때린 데 대해 이씨가 대항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씨가 대학 동창인 박씨에 대한 처벌 불원서를 낸 점, 법원에 300만 원을 공탁한 점,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1일 대구고검에 항고장을 냈다.

대구고검 측은 “범죄혐의가 명백하고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강력한 점을 고려해 공소제기 명령 결정을 내린 뒤 직접 기소했다”고 밝혔다.

소주잔에 맞아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은 박씨는 “나는 절대 이씨를 때리지 않았는데, 이씨와 수사기관이 쌍방폭행으로 몰고 갔다”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항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현장을 목격한 수의사 최씨는 “박씨가 이씨를 때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씨가 일방적으로 박씨를 때렸다”면서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던 내 아내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일보 취재진은 이씨의 입장을 들으려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타 지역에 세미나를 가면서 KTX 열차에 휴대전화를 놓고 내리는 바람에 연락이 닿지 않아 의견을 싣지 못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씨가 소주잔으로 박씨를 때린 경위와 식당 입구 폐쇄회로(CC)TV 등을 살펴보면 박씨가 먼저 때렸고 이씨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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