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혜제는 승상 소하가 죽자 조참을 후임자로 임명했다. 고조의 유언에 따른 인사였다. 조참은 한고조 유방과 동향 출신으로 한나라를 세우는 데 소하 못지않은 공로를 세웠다. 하지만 늘 소하 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 조참이 승상에 오르자 사람들은 조참이 소하에 대한 반감 때문에 대대적 인사와 법령 개폐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때문에 조정 관리들은 대단히 술렁거렸다. 

그런데 승상 업무를 시작한 조참은 인사 이동의 기미도 안보였으며 업무도 전임 승상이 하던 대로 처리했다. 그제야 술렁거리던 관리들이 안정을 찾고 국정에 전념했다. 몇 달이 지난 뒤 조정 관리들의 사람됨을 파악한 조참은 인사를 단행, 일을 제멋대로 처리하고 명예만 쫓는 자들을 모두 몰아내고 지방 관료들 가운데 충직하고 입이 무거운 노장들로 결원을 보충했다. 

그 뒤 조참은 별 하는 일 없이 승상부 안에서 술로 소일을 했다. 한 신하로부터 승상의 업무 태만을 보고받은 황제는 조례에 참석한 조참에게 따졌다. “어째서 승상의 일은 뒷전이고 술로서 시간을 보내오” “폐하는 돌아가신 고조보다 더 현명하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오” “그럼 제 재주는 소하 승상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그야 소하가 한 수 위지” “폐하의 생각이 정확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고조폐하와 소하 승상이 천하를 통일한 후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에 따라 일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전례의 제도를 계승하는 것 보다 더 낳은 방법이 있습니까?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조참의 말뜻을 이해한 혜제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승상의 깊은 생각을 이제야 잘 알았으니 돌아가 푹 쉬시오” 천하쟁패로 전쟁을 치른 한나라 백성들은 법과 제도가 일시에 뒤바뀌어 혼란을 겪는 것보다 안정된 삶을 원했다.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린 조참은 옛 제도를 그대로 계승, 민심을 편안하게 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의 정책들을 ‘적폐몰이’와 함께 갈아엎기로 작심한 것 같다. 그 기세가 하도 등등해 국민의 마음이 심란하다. 국민을 안심시킨 ‘조참의 교훈’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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