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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그렇게 독특한 사상체계 가진지 몰랐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의원의 공세적 질의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답변이 최근 화제다. 여권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과 관련해 야당의원이 추궁하자 “(작성자가) 쓸데없는 짓을 했고, 잘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김성태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며 한국이 대북 대화 구걸하는 거지 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냐”고하자, “김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라고 점잖게 되받아쳤다. “류 처장이 잘하고 있느냐”고 묻자 “자유인으로 너무 오래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총리의 국회 답변은 실무진이 준비한 답변서를 대독해온 과거 총리와 다르다. 현장에서 즉석에서 요리를 한다. 추상적이지만 간결한 답변으로 공격자의 말문을 닫았다. 함축적인 쾌변(快辯)이다. 대구 수성구의 무학산에서 만난 50대 공무원이 “오랜만에 보는 총리”라고 입을 다셨다. 정치판에서 품격의 정치언어를 쓴 총리를 새삼 봤다는 것이다. 언어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비스러운 주술적인 힘을 지닌다. 조재천 김수한 홍사덕 등 정당사의 명대변인의 반열에 올릴만한 정치언어의 구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 좌·우파의 갈등은 오히려 정상이다. 다만 좌우 타협이 있어야 한다. E.프롬이 <인간의 마음>이란 저서에서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강조했다. 삶(生)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것이다. 휴머니즘 철학의 기초 바이오필리아적 인간은 생성(生成), 정체(停滯)가 아닌 진보, 해체가 아닌 결속, 분열 아닌 통합을 추구한다. 이 총리에게서 바로 바이오필리아적 인간형의 면모가 발견된다. 대의민주제와 정당정치는 근본적으로 국민 지지를 서로 차지하려는 경쟁과 투쟁이다. 의견과 차이의 조정 통합 능력이 핵심 기술이다. 그는 이 부분에 남다른 기질의 소지자다.

최근 이 총리의 발언을 곱씹어 본다. 지난달 하순 국무총리 공관에서 경상(영남)권 기자 10여 명과 한 비공개 오찬 간담. 경상도 출신인 이수창 생명보험협회 회장(전 삼성생명 사장)이 보기 드물게 훌륭한 경제인이라며 추켜세웠다. 삼성그룹의 신화적 CEO라는 것은 익히 알던 터. 또 총리공관 당호 ‘三淸堂(삼청당)’을 가리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 쓴 글씨 중의 하나라고 했다. 우리 현대사의 일부분인 박 전 대통령 생가도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동서(東西) 통합 행보 예고편이다. 4선(전남 영광 지역구)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87년 체제’하의 지역주의 구조 아래서 당선됐다. 그가 이 부분을 해체 아니 최소한 해소라도 한다면 역사적인 업적이 될 것이다.

한국이 위기적 징후를 보인다. 전쟁, 경제, 반(反)인간적 사회···.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인데, 당파의 정략에 따라 최적의 방법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다. 권력을 잡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힘을 입지만, 권력을 행사하는 통치는 위로부터 정책이 요체다.

좌·우파 간의 타협, 동서 불화의 해소, 운동에서 정책으로의 전환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대통령제의 한계 하에서 이 총리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기대일까? 언론인 시절의 그의 평가다. 80년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이낙연을 가까이서 본 당시 국회 교섭단체 의정동우회 정책의장 김순규(경희대 경남대 교수) 전 경남신문 회장으로부터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입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총리직을 맡음으로써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시대 실질적인 3부를 경험한 그에게 대중은 주목하기 시작한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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