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지막 경북더비 2대 2 무승부···하위스플릿 확정
공격적 투자·영입 등 특단의 조치 없인 내년도 불투명
대구·상주 승점 33점으로 9·10위···강등권 탈출 ‘총력’

포항스틸러스가 끝내 반전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2년 연속 하위스플릿으로 추락, 축구명가의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포항은 지난달 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상주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경기서 전반 10분만에 룰리냐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33분 상주의 떠오르는 별 주민규의 동점골로 전반을 1-1로 마쳤다.

후반 들어서도 상주와 일진일퇴의 접전을 펼치다 후반 34분 상주 이종원이 퇴장당한 뒤 38분 심동운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주민규에게 또다시 실점을 허용하며 2-2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 승점1점을 보태는 데 그쳤다.

이날 무승부로 포항은 32라운드 현재 11승 6무 15패 승점 39점을 획득했으나 6위 강원이 1일 울산과의 경기서 1-1무승부를 기록, 11승 10무 11패 승점 43점을 확보, 33라운드 결과에 상관없이 상위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었다.

포항의 2년 연속 하위스플릿 추락은 올 시즌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예측된 일이 었다.

전북·제주·울산·수원·서울 등 기업 구단들이 앞다퉈 전력강화에 나섰고, 올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진출한 강원과 대구까지 전력강화에 집중했지만 포항은 지난해 9위의 전력마저도 누수가 생겼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문창진을 비롯 김광석과 함께 중앙수비의 한 축을 이뤘던 김원일, 윙백이면서도 강력한 측면 공격력을 갖춘 신광훈과 수호신 신화용까지 이적하고 말았다.

포항은 스웨덴 출신 1호 K리그 마쿠스가 중앙수비에 튼튼한 축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면서 김원일을 제주로 보냈지만 부상으로 단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치고 팀을 떠났다.

설상가상 포항의 중앙수비 축이자 팀 전체의 축을 이뤘던 김광석의 뜻하지 않은 장기부상은 팀의 추락을 부추기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됐다.

시즌 초반 의외의 성적으로 선두권 싸움에 나섰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얕은 전력의 한계를 드러냈고, 김광석이 부상당하면서 포항의 중앙수비라인은 그야말로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2010년대 들어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라인을 갖췄다고 자랑하던 포항수비는 올시즌 32경기서 무려 53골을 허용, 경기당 평균 1.65골을 헌납하는 팀이 됐다.

전방에서도 양동현이 분전했지만 문창진 대신 데려온 서보민의 장기부상으로 시즌 초반 보여줬던 빠른 공격전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좌우 측면에서 양동현을 향해 공급되던 볼이 차단됐고, 급기야 전방으로 투입돼야 할 볼이 횡패스와 백패스로 일관하다 볼을 뺏긴 뒤 실점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골키퍼 역시 신화용이 떠난 뒤 김진영을 에이스로 점찍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장기결장한 데 이어 신화용 대신 데려온 노동건 역시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서 결국 신인급 강현무가 장갑을 꼈다.

강현무는 신인급 선수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시즌 초반 포항 돌풍의 주역이 됐지만 강현무 마저도 한계를 드러내면서 포항은 수비라인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나마 손준호와 황지수, 무랄랴가 중원을 버텨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장기부상에서 돌아온 손준호는 좀처럼 예전 감각을 되찾지 못했고, 황지수는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들을 대신해 이승희가 투입됐지만 이마저도 장기부상을 당하면서 포항은 공격과 수비, 허리진영 어느 한 곳도 완전한 곳이 없었다.

결국 7월 이후 추락하기 시작한 포항은 최근 포지션 및 전술적 변화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렸지만 더 이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올 시즌 포항의 이 같은 추락으로 인해 팬들은 최순호 감독은 물론 구단 스태프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구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는 전력강화를 위한 대안마련이 쉽지 않았다.

실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상위스플릿 진출에 성공한 강원의 경우 도민구단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급 정조국과 이근호에 이어 외국인 공격수 디에고까지 갖추면서 K리그 최상위 공격라인을 갖췄다.

허리라인 역시 문창진 황진성 한국영 등 대부분의 선수가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채워졌다.

시민구단인 대구 역시 세징야 에반드로 주니오 등 외국인 트라이앵글만으로 따진다면 선두 전북과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축구명가임을 자랑하는 포항의 경우 국가대표급 자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양동현이 올 시즌 많은 골을 기록하면서 국가대표 후보군으로 떠올랐지만 2%부족한 데다 손준호는 부상복귀 이후 좀처럼 되살아 나지 못했다.

프로축구에서 중국이 돈을 앞세워 선수영입에 나서면서 국내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지만 포항스틸러스의 예산은 수년째 제자리에 머물면서 에이스급 선수 영입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 주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포항은 K리그 클래식 싱글스쿼드 구성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팀으로 전락했고, 시·도민구단들도 참여하고 있는 2군리그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미니멈 구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지만 내년 시즌 역시 기약하기가 쉽지 않다.

주스폰서인 포스코가 오랜 철강경기 침체로 인해 되살아 나지 못하면서 포항스틸러스를 위한 예산증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포항은 지난 9월부터 내년 시즌준비에 들어갔지만 올해 예산에 맞출 경우 팀이 원하는 선수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포항이 한국 프로축구의 종가이자 축구명가로서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구FC는 지난달 30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1-1무승부를 기록, 8위 전남과 승점 33점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9위를 지켰으며, 상주 역시 승점 33점으로 10위를 이어갔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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