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함 넘어 쓸쓸함까지 감돌아···인근 임점한 대형마트에 더 위축 "이렇게 손님 없는 건 생전 처음"

대구시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과 100m 거리를 두고 탑마트가 입점해 남문시장은 손님이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ilhun@kyongbuk.com
1일 오전 대구 중구 남문시장.

손님은커녕 지나가는 시민조차 찾기 어려운 썰렁한 모습이 남문시장의 현주소를 설명해주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3일 앞두고 있지만 썰렁함을 넘어 쓸쓸함까지 감돌았다.

과거 남문시장은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이 없어 상인들의 어깨는 힘이 빠졌다.

남문시장에는 총 220개의 점포가 있지만 이날 영업을 하는 점포는 100여 개뿐이다.

더욱이 최근 시장과 100m 거리를 두고 서원유통이 만든 ‘탑 마트’가 입점, 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지난달 1일 개점한 탑 마트 대구점은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 상가 지하 1~4층 규모다.

전국 탑 마트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로 매장 면적만 7천643㎡(2천312평)이다.

매출이 줄어들자 상인들은 하나둘 정든 시장을 떠났다.

지난 1953년부터 남문시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쌀가게를 운영한 윤서도 씨(71)는 남문시장의 터줏대감이다.

50년이 넘도록 이곳을 떠나 본 적 없는 윤 씨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명절을 앞둔 때는 손님들로 시장골목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한평생 남문시장에서 장사했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것은 생전 처음”이라면서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목엔 하루 100만 원도 더 팔았는데 이날은 4만2천 원 치 햅쌀을 판 것이 전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탑 마트가 들어오고부터 장사가 더욱 안돼 가게 문을 닫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과 100m 거리를 두고 탑마트가 입점해 남문시장은 손님이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ilhun@kyongbuk.com

쌀가게 뒷골목에 있는 떡집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떡은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하루밖에 되지 않아 이날 팔지 못하면 죄다 버려야 한다.

떡집 주인 임정옥 씨(60·여)는 “추석을 앞둔 대목이지만, 평상시랑 지나다니는 사람 수가 똑같다”며 “이날은 장사가 좀 될까 싶어 평소보다 떡을 많이 만들었는데 손님이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남문시장 상인들은 시장 바로 앞에 대형 마트 입점 허가를 내준 중구청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병태 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1㎞ 내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려면 인근 시장으로부터 상생협력계획서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탑 마트 입점을 동의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이대로 가다간 상권이 붕괴해 상인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말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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