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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밤이야"…흥선대원군 묘소의 잇따른 몸싸움

폭행사건 빈발해 경찰서 조사…사유지에 위치해 관리 ‘소홀’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7년10월05일 10시47분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흥선대원군 묘소가 때아닌 ‘밤 쟁탈전’으로 시끌시끌하다.

사건의 발단은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이자 흥선대원군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중년 여성 A씨의 등장에서 시작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A씨가 흥선대원군 묘소 주변에서 밤을 주워가려는 방문객들과 실랑이를 하고, 이 실랑이가 종종 심각한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경찰서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A씨 관련 쌍방 폭행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만 대여섯 건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 A씨는 실제 흥선대원군 묘소나 이 땅과는 연고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A씨는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고 묘소 주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흥선대원군 묘소를 직접 찾아 묘소 관리인 유모(78)씨에게 그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유씨는 “(A씨가) 처음 이곳에 드나든 게 벌써 4년 정도 된 것 같다”며 “밤뿐만 아니라 밭에 심어진 각종 농작물도 무단으로 채취해가는 피해를 봤다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며 “역사가 있는 곳인데 (A씨를) 말릴 수도 없고 씁쓸하다”고 전했다.

유씨의 남동생(72)도 “특히 밤 수확 철인 요즘에는 일반 방문객들과도 다툼이 많아 시끄럽다”면서 “시청이나 경찰에서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거들었다.

문제는 경기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된 흥선대원군의 묘소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자리잡은 탓에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에서도 A씨를 폭행 혐의로 조사해 입건하는 것 외에는 땅 소유주가 직접 문제삼지 않는 한 취할 수 있는 마땅한 조치가 없다.

이 땅의 소유주는 흥선대원군의 현손(증손자의 아들)인 이 청씨다. 의친왕의 차남 이 우와 박찬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이씨는 대한제국의 황족이다.

등기부등본상에도 흥선대원군 묘 주소인 남양주시 창현리 22-2 임야(10만6천14㎡)의 소유주가 이씨로 돼 있다.

유씨가 때 되면 하는 벌초와 주변 청소 등이 사실상 흥선대원군 묘 관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유씨는 관리 대가로 묘소 주변 땅을 무상으로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흥선대원군 묘는 사유지여서 시에서 특별히 관여하는 것은 없고 후손들에게 관리를 맡기고 있다”면서 “시에서도 땅 소유주와는 직접 연락이 되지 않고 필요한 업무는 다 관리인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선대원군 묘는 경기문화재연구원의 문화재돌봄사업 대상물이지만, 최근에 관리 예산이 집행된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고종황제)과 며느리(명성황후), 손자(순종황제)와 손자며느리(순명황후) 등의 묘가 있는 남양주시 금곡동의 홍·유릉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흥선대원군은 1898년(광무2년) 2월 경기도 고양군 공덕리(현 서울 마포구 공덕4동)의 운현궁 별장 ‘아소당’에서 세상을 떠나고 뒤뜰에 묻혔다.

조정은 10년 뒤 흥선대원군의 묘인 흥원(興園)을 아소당 뒤뜰에서 경기도 파주 운천면 대덕동(현 경기도 파주군 문산읍 운천리)으로 옮겼다.

그러나 1966년 흥선대원군의 묘는 또 한 번 자리를 옮겨 이곳 남양주시 창현리로 오게 된다. 파주 흥원 일대에 미군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인데, 이 때문에 흥선대원군은 죽어서도 파란만장한 수난을 겪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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