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백병원, 당뇨병 환자 작년 추석 전후 공복혈당 분석결과

당뇨병 환자에게 이번 추석처럼 긴 연휴는 이래저래 고민거리다. 3일간의 짧은 명절에도 평소보다 혈당이 높아지기 일쑤인데 최장 10일을 쉬다 보면 자칫 혈당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고경수 교수팀이 지난해 당뇨병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추석 전 평균 129㎎/㎗이던 공복혈당이 추석이 지나자 평균 145㎎/㎗로 높아졌다.

혈당 수치는 혈중에 포함된 포도당의 양을 나타내는데, 공복혈당은 당뇨병 위험도를 보는 주요 가늠자다. 정상치가 10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짧은 명절 기간에 혈당치가 12.4%나 높아진 셈이다.

이처럼 혈당치가 높아진 것은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명절 음식에 자꾸만 손이 갔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들이 명절에 명심해야 할 주의사항을 고경수 교수의 도움말로 정리해본다.

◇ 평소 혈당 조절 상태가 중요하다.

평소 혈당 조절이 잘 되던 환자들은 설령 혈당이 높아질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던 환자보다 혈당 상승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 또 높아진 혈당도 다시 생활을 정돈하면 평소 상태로 빠르게 회복된다.

이런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평소 혈당 조절이 잘 되던 환자의 경우 췌장 기능에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여서 명절에 혈당이 높아지려는 부하가 걸리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 물론 이런 환자들도 이 같은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췌장 기능이 쉽게 망가질 수 있는 만큼 반길 일은 아니다.

두 번째는 혈당 조절 상태가 평상시 환자의 생활 태도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평상시 혈당 조절을 잘한 환자들은 명절 기간에 잠시 혈당치가 흔들리더라도 명절 이후 원상태로 복귀하는 게 어렵지 않다.

◇ 먹은 것은 과소평가, 운동은 과대평가하기 쉽다.

혈당이 갑자기 높아진 당뇨병 환자들의 이유 중 가장 흔한 게 ‘운동을 못 해서’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 수준의 운동 부족만으로는 혈당이 그리 많이 높아지지 않는다.

결국, 혈당을 높이는 건 몇 번을 망설이다가 먹는 음식이다. 추석에 먹는 송편 2개의 열량을 소모하려면 30분은 족히 걸어야 하지만, 많은 당뇨병 환자들은 집주변을 배회하고도 운동량이 충분하다고 자평한다.

따라서 명절에는 음식이나 간식의 열량을 미리 알아두고 식사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당밥’은 이 같은 식사량 관리에 유용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더라도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만 먹고, 얼핏 보아도 달고 기름진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 저혈당 대비용 설탕·초콜릿을 준비하자.

저혈당증은 우리 몸 곳곳에 보내지는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포도당의 양이 감소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보통 8시간 이상 금식 후 혈당을 측정해 수치가 70㎎/㎗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증이라고 판단한다.

몸속 포도당의 양이 부족해져 저혈당 상태가 되면 우리 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이 때문에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 수가 빨라지면서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공복감,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뇌 기능 저하나 뇌 기능 장애가 생겨 몸이 마비되거나 쇼크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대목은 고혈당이 원인인 당뇨병 환자도 저혈당을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당뇨병 환자는 음식 섭취로 올라간 혈당을 낮추기 위해 경구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과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혈당이 급격히 낮아져 저혈당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명절에 도로가 막혀 정해진 식사 시간을 놓칠 때도 저혈당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장거리 운전을 한다면, 저혈당 대비용 사탕이나 주스, 초콜릿 등을 몸에 지녀야 한다.

고경수 교수는 “평상시 생활습관이 명절 식습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설령 명절 때 혈당이 높아졌다고 해도 자신을 질책하기보다는 명절 후 빨리 평소 생활로 복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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