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안동, 권정생의 동화나라

▲ 경북 안동은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작품세계가 펼쳐진 곳이다. 그의 삶은 고스란히 문학이 됐다.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내가 거름이 되어 별처럼 고운 꽃이 피어난다면 온몸을 녹여 네 살이 될게.”

1969년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을 받은 ‘강아지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강아지똥이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데 소중한 거름이 된다는 이야기다.

아동문학가로 명성을 떨친 권정생(1937∼2007)은 생전에 “열에 들뜬 몸으로 써 나갔다. 아침에 보리쌀 두 홉을 냄비에 끓여 숟가락으로 세 등분으로 금 그어 놓고 저녁까지 나눠 먹었다. ‘강아지똥’은 50일간의 고통 끝에 완성되었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는 그는 ‘몽실 언니’ ‘무명저고리와 엄마’ ‘점득이네’ ‘사과나무밭 달님’ ‘오소리네집 꽃밭’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등 100여 편의 주옥같은 동화를 펴냈다.

‘몽실 언니’는 해방과 한국전쟁, 극심한 이념 대립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작은 어린이의 사실적인 기록이면서 처참한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 안은 한 인간의 위대한 성장기다. 1984년 초판 출간 이후 2012년 100만 부를 돌파했다.

20대 전후로 얻은 폐결핵과 늑막염, 신장결핵으로 고통받으며 글을 쓴 그는 평생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인세 10억원이 든 통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인세를 모두 어린이에게 돌려주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설립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은 2014년 폐교였던 일직남부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어린이문학관인 ‘권정생 동화나라’로 꾸몄다.

교실 2개 정도를 이어 붙인 전시실은 출간된 도서와 친필원고, 유언장, 비료부대로 만든 부채·책상·소반·의료기구 등 유품이 전시돼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가 살던 방을 재현해 놓은 곳에서는 ‘좋은 동화 한 권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과 50일 전 쓴 ‘유언장 1, 2’는 큰 울림을 남긴다.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베트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동화나라에서 5㎞가량 떨어진 빌뱅이 언덕의 오두막집은 일직교회의 허름한 문간방에서 교회 종지기로 16년을 살다가 1983년 ‘몽실언니’의 계약금으로 지었다. 이 집에서 죽을 때까지 인세 수입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그는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인 이오덕에게 “이사 온 집이 참 좋습니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마음대로 외로울 수 있고, 아플 수 있고, 생각에 젖을 수 있어요”라는 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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