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 6일 프랑스 칸에서 히딩크 감독과 면담

7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날 “이용수 부회장과 전한진 국제팀장이 전날 프랑스 칸에서 히딩크 감독과 만나 기술자문 등 한국 대표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정중히 부탁했다”라며,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다른 일을 맡기로 해서 한국 대표팀의 공식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연합
거스 히딩크(71)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면담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7일(한국시간)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공식 직함은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용수 부회장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취재진과 만나 “히딩크 감독이 애초 모스크바로 오기로 했지만 일정을 취소하면서 6일 프랑스 칸에서 만났다”라며 “이번 만남을 통해 히딩크 감독의 의사를 충분히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히딩크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축구협회에서는 기술자문 등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지만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방송 해설을 맡기로 이미 결정돼 축구협회의 공식 직함을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수 부회장이 히딩크 감독과 직접 만난 것은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히딩크 역할론’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다.

기술위원회는 히딩크 감독에게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맡기기로 했고, 이에 따라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으로서 히딩크 감독과 친분이 깊은 이용수 부회장과 전한진 축구협회 국제팀장을 프랑스 칸으로 급파했다.

이용수 부위원장은 “그동안 히딩크 감독과 소통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만큼 이번 만남을 통해 축구협회가 필요한 부분을 직접 전달하고, 히딩크 감독 역시 도움받을 일이 있으면 직접 연락하는 채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의 공식 직함을 맡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최근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축구를 통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방안 등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다만 ‘히딩크 감독이 정말로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을 의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축구협회가 말하기는 어렵다. 히딩크 측에서 설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히딩크 감독도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라며 “문자로 의사를 전달한 게 히딩크 감독의 의도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평가전을 히딩크 재단에 일임했고, 평가전 추진 과정에서 히딩크 재단 관계자가 계속 축구협회에 출입했지만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라며 “히딩크 감독도 축구협회와 연락하는 과정에서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 히딩크 감독이 직접 재단 관계자를 통해 문자로 사령탑을 맡을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시켰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히딩크 감독과 신태용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라며 “신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지도자 인생을 건 도전에 나섰다. 축구협회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아준 신 감독과 본선까지 갈 수 밖에 없다. 히딩크 감독도 ‘당연히 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용수 부회장은 이미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사용할 베이스캠프 후보지에 대한 조언을 받는 등 본격적인 협력체제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히딩크 감독이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몇 군데 조언해줬다. 러시아 대표팀을 맡았을 때 훈련장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제공하는 정보와는 차원이 다르다”라며 “교통체증이 심한 부분을 고려해 선수들이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는 후보지도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끝나면 히딩크 감독이 상대 팀들에 대한 자신의 경험은 물론 지신을 활용한 전력 분석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라며 “대표팀의 전술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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