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잔등 서늘하여 성글은 초저녁 잠

귀만 환하게 열린 한결 엷은 머리맡에

단정한 가을 냄새 한 장, 또렷이 놓이는 소리

쓰다만 시 앞에 낮은 불 밝혀 앉으니

누군가 다녀간 듯 가을 쪽으로 기운 행간에

미리 온 쓸쓸함이 앉아 등 구부리는 소리




감상) 바람이 바뀌었다. 붉은 감과 붉은 대추와 붉은 나뭇잎……. 바람이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폐경인 것 같다고 새벽에 전화 오는 친구는 그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중이라고 했다. 그 친구의 목소리는 거칠고 어둡고 무거웠다. 저 감도, 대추도, 단풍잎도 그럴지 모르겠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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