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지나친 줄임말 사용···세대간 불통 원인으로
슬로건 등 한글 대체 가능한 부분도 외국어 혼용 심해

올해 제571돌 한글날을 맞았지만, 한글파괴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인터넷의 대중화와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각종 신조어, 은어, 비속어, 한글과 외래어의 오남용 등이 난무하고 있으며, 동시에 독서시간과 가족 내 대화시간은 크게 줄면서 언어파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글은 8천여 만 명이 쓰는 세계 13위권의 거대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한글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며, 공공기관조차 외래어 남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과 20~30대가 주를 이르는 인터넷과 SNS상에서는 짧은 단어와 이모티콘 등으로 빠른 속도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말을 최대한 짧게 쓰는 축약어가 대거 등장, 언뜻 단어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수두룩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무시한 말들도 적지 않다.

쌍수(쌍까풀 수술), 아라(아이라이너), 치렝스(치마 레깅스), 심쿵(심장이 쿵하다), 갈비(갈수록 비호감), 화떡(화장이 떡졌다), 솔대(솔직히 말해 대박이다),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귀사(귀여운 척 사기 치다) 등 2~3글자로 축약한 언어가 10~20대 사이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다.

전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그 뜻을 유추하기 힘든 신조어도 있다.

발냄새 나다(당신이 싫다), 핵노잼(무척 재미없다), 꿀잼(재미있다), 썸탄다(이성간 사귀기 직전의 단계), 앵까네(거짓말 하고 있네), 뽐뿌(더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 등이 있으며, ㄴㄴ(NoNo), ㅇㅇ(응응), ㄱㅅ(감사), ㅊㅋ(추카), ㅇㅋ(OK) 등 모음을 아예 빼버린 대표 SNS언어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밖에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낫닝겐’(‘인간이 아니다’는 뜻의 일본어),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한다), ‘뚝빼기’(머리) 등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비속어·축약어는 한둘이 아니다.

이런 한글파괴현상은 청소년들에게는 자신들의 세대 문화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거리감을 낳고, 가족과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소통단절의 벽을 느끼게 하면서 세대 간 갈등의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ㆍ스마트폰 사용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노출빈도는 잦아 잘못된 언어습관이 평생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각이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을 두고 한글 학자들은 “마치 암호에 가까운 은어는 세대 간 의사소통 단절의 원인이 되며, 문제는 청소년들 역시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라며 “정말로 필요한 신어와 은어로서의 성격이 짙은 신어를 명확히 구분하는 작업과 이를 언어생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혼용한 사례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자치 단체에 치유 바꿔 써도 되는 부분을 굳이 ‘힐링’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라디엔티어링, 팸투어, 고수부지 익일 등의 외래어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 축제나 행상에서 ‘사랑의 맛데이’,‘1박2일 힐링 부자캠프’ 등 문법에 맞지 않는 한글과 외래어를 혼용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행사명에 한글 대신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배경에는 과도한 홍보 경쟁이 한몫 한다.

보다 참신하고 기발한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문법보다는 최신 유행에 맞춰 이름을 짓는 일이 빈번하며, 기관장들도 색 다른 이름을 원하는 탓에 외래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이야기다.

이지운(48·안동시 옥동)씨는 “공공기관까지 나서서 얼마든지 한글로 바꿔 쓸 수 있는 단어인데도 굳이 외래어로 대신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축제 등 행사에 관심을 끌기 위해 외래어로 사용은 이해가 되나 공공기관부터 나서서 한글 사용에 앞장 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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