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하라" VS "1천억 보상" 문화재청-소장자 입장 평행전···23일 3차 조정에 관심 쏠려

훈민정음 혜례
훈민정음 상주본이 9년 전 처음으로 세상에 잠깐 공개된 뒤 지금껏 종적을 감춰 562돌 한글날을 맞아 또 다시 그 향방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년 7월 상주시와 배익기(54 훈민정음 상주본 실질적인 소유주) 씨는 국보 70호인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과 동일한 판본인 상주본이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국학진흥원도 감정 결과 상주본은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일한 판본이라고 감정했다.

한자로 훈민정음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을 풀이한 해례본은 예의(例義)와 해례(解例), 정인지 서문 등 3부분 서른 세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발표 당시 상주 해례본은 예의 부분 세 장과 정인지 서문 한 장이 떨어져 나갔지만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특히 공개 후 ‘상주본은 1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감정가가 나오면서 ‘상주본을 숭례문 대신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다.

그러나 상주본이 공개되자마자 골동품 업자 조모 씨는 “애초 소유주는 자신인데 배씨가 내 가게에 와서 다른 고서를 사면서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며 물품 인도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1년 6월 “배씨가 상주본을 훔쳐간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조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 씨는 그러나 “국가에 맡긴다”는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숨져 상주본 법적 소유주는 국가로 넘어갔다.

대법원 확정판결 뒤 두 달 만에 검찰은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법 위반)로 배씨를 구속했다.

배 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 이어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각각 무죄가 나왔고 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난 2012년 9월 옥살이 1년 만에 풀려났다.

석방된 배 씨는 옥살이를 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문화재청 관계자들 때문이라며 불만을 터뜨렸고 문화재청 관계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절대로 상주본을 내놓을 수 없다고 버텨왔다.

특히 문화재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재산 가치 1조 원의 10%인 1천억 원을 주면 상주본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요구했다.

문화재청은 그러나 ‘법적 소유주는 국가’라며 올해 4월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인도하지 않으면 반환 소송은 물론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까지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는데 당시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모두 인사 이동으로 자리를 바꾼 상태다.

청구이의 소는 채무자가 판결 등 집행권원에 따라 확정된 청구권에 이의를 제기, 집행권원의 집행력을 배제하려는 소를 말한다.

이에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조정에 들어갔고 지난 8월까지 2차례 조정을 시도했다.

배 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그 이전 물품 인도소송에서 절도혐의를 씌워 조 씨 소유권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청구이의의 소에서 “상주본을 국보로 지정하라 그리고 상주본을 넘겨 줄 경우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가 측 변호인은 “국보 지정은 문화재 소지자가 지정 신청을 하고 문화재를 공개 인도한 뒤에 가능한데 배씨가 상주본을 감추고 있고 또 상주본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하고 배씨와 상주본 반환 협상을 했으나 1천억 원의 사례비 지급을 요구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고 상주본 반환에 진정한 의사마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배 씨는 지난 4·12 국회의원 재선거(상주·군위·의성·청송)에 출마해 낙선하며 2천 500만 원 이상의 부채를 안았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4천 800만 원이다.

배 씨는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문화재청 관계자들에게 처벌이 선행돼야 비로소 보상금액에 대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오는 23일 예정된 3차 조정에서 양측 이견이 좁혀질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훈민정음 상주본 사건 일지>

△2008년 7월 = 상주시와 배씨 처음으로 상주본 발견을 공개 발표.

△2008년 8월 = 골동품 업자 조모씨는 “배씨가 내 집에 와서 다른 고서를 사면서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며 물품 인도소송 제기.

△2011년 6월 = 대법원 “배씨가 상주본을 훔쳐간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조씨에게 승소 판결.

△2011년 8월 = 대구지검 상주지청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법 위반)로 배씨 구속.

△2012년 2월 = 대구지법 상주지원 배씨에게 징역 10년 선고.

△2012년 9월 = 대구고법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배씨에게 무죄 선고. 재판부는 그러나 “상주본이 피고인 소유라던가 피고인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 배씨 1년 7일간 옥살이 끝에 석방.

△2014년 5월 = 대법원 배씨에게 무죄 확정 선고.

△2015년 3월 = 배씨 집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상주본 일부 소실.

△2015년 10월 = 배씨 “상주본 가치가 1조 원에 이른다고 평가하니 1/10인 1천억 원 주면 내놓겠다”고 말함.

△2017년 3월 = 배씨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후보등록…낙선.

△2017년 4월 = 배씨 국가 상대로 청구이의 소 제기.

△2017년 8월 = 대구지법 상주지원 2차례 조정 시도. 10월에 3차 조정 예정.

김성대 기자
김성대 기자 sdkim@kyongbuk.com

상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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