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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교수 법학박사
국가든 개인이든 모든 상호관계는 당사자들이 서로 상대를 알고 구별해내고 경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만 생겨날 수 있다. 일방적인 관계는 복종이나 굴종을 의미할 뿐 상호관계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집단 상호관계의 정치적 선택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집단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이때 집단의 구성원은 단지 정치인으로서 한 개인인 통치권자가 선택한 결과를 이익이 있는 경우 이용할 뿐이다.

지금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로 치닫고 있다. 남북의 상호관계는 복원되지 않고 북미 사이에서는 일방적 막말의 배설만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북미 간 말 폭탄에 대해 사람들은 모두 정치적 수사(修辭)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쪽은 증오가 아닐까? 증오의 정치적 선전에 대처하는 방법으로서 우리는 법의 재갈을 물릴 수 없는 것이니 오히려 정치적 비난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다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내쉬(Nash)의 함수’이론으로 설명을 해보자. 매와 비둘기의 게임을 수학공식을 빌어서 ‘내쉬의 균형’에 해당하는 진화의 관점에서 안보전략의 선택을 설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상황에서 북미 상호 간 각자의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적(敵)이 선택할 가능성의 변화는 좌변에 표시한다. 적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이기거나(+) 지는(-) 가능성은 우변에 표시한다. ‘균형(변수, 변수) = 결과 값’의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비둘기파의 게임방식을 받아들인다 해도 안정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서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평화협정은 역사교과서 장식용에 불과하였다. -5의 결과 값을 가진 완전히 비둘기파들로만 구성된 팀은 장기적으로 질 수밖에 없다.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그 보다 우위의 결과 값 즉, e(c, f)=0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매파의 획일적 행동양식 또한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e(c, c)=+2이지만 e(f, c)=+10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국가안보 게임의 경우 오직 변수를 조정해야 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 즉, 매파의 태도는 8/13, 비둘기파의 태도는 5/13의 확률을 각각 취하는 것이라면 그렇다.

이 수식을 한반도 안보 상황에 적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현실 세계의 경쟁은 불균형이다. 왜냐하면, 상대의 특성이 단지 경쟁자들이 선택하는 화전양면 전략의 선택만이 아니라 당사자의 개인적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이다. 무장능력(약자와 강자), 게임의 가치(이익과 손실), 혹은 치명적 무기의 소유 여부(핵무장과 비핵)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이 경우 게임이론은 균형(평화)을 위해 매와 비둘기 외에 다른 변수를 개입시킨다. 그것은 바로 최강 포식자(미국)의 등장 전략이다. 이 상황을 간파한 북한은 평화협정을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전작권 조기환수와 핵 동결을 주장한다. 탈원전도 하겠단다. 이것들은 모두 북의 전략에 말려든 자살골이다. 북한이 지금 핵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하자는 것은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것이다.

둘 다 강자이면 급습과 같은 극한 경쟁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억지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유일하게 안정된 전략은 바로 강 대 강 전략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인가? 전술핵의 재도입을 넘어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변수 조정이 없는 한 평화는 없다. 다른 선택은 게임의 판을 바꾸는 것이다. 북한의 권력교체가 없이는 한반도 전쟁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한 개체의 생존에 필요한 도태와 선택이라는 생물학적 기준을 집단의 선택에는 적용할 수 없다. 자연도태는 진화의 냉엄한 흐름을 도와주지만, 악마 같은 괴뢰집단이 장악한 동토의 왕국에서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주민들을 구하지는 못한다. 북한 정권은 결코 자연도태 되지 않을 것이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가하는 폭력은 복수나 응징이라는 용어로 명명할 수 있다. 김정은에게는 오직 외과수술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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